안녕하세요? 오지필름 문대표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습니다.
금방 겨울이 올 것 같은 날씨에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인데 감기 걸리지 않고 몸 건강하신가요?
일개감독의 <소성리>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연대로 2100여명의 관객들과
극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마음 보태주신 후원인 분들, 그리고 극장에서 소성리를 만난 관객분들, 무엇보다 농번기 열일 제쳐두고 관객들에게 소성리를 알리기 위해 한 걸음에 극장을 찾아주신 소성리주민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성리>는 공동체 상영이 여전히 진행중이니까요!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있으면 주변분들과 함께 <소성리> 보시고,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평화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편지는 문대표가 만든 작품 <기프실> 상영 소식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서울, 광주, 전주, 부산에서 상영하게 되었는데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극장에서 만나요 ^o^

 

10월 25일 목요일 오후 3시 서울노인영화제 충무로 대한극장 GV
11월 2일 금요일 오후 2시 전북독립영화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GV
11월 10일 토요일 오후 1시 부산영화기획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GV
11월 15일 목요일 오후 2시 광주여성영화제 광주독립영화관 GIFT

 


 

 



오랜만에 블로그에서 인사드리네요. 

언제 이야기해도 좋은 오지필름 영화들의 상영소식을 전합니다.


문대표의 <기프실>과 일개감독의 <소성리>가 6월 다수 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짝짝짝~!!!!

부산이나 지역 상영일정이 없어서 아쉽지만, 

곧 지역에서 상영을 이어갈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6월 영화제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아래 일정 보시고 미리미리 체크하는 센스~!

문대표와 일개감독의 영화 보러 극장으로 와주세요.

오지인들이 기다릴게요! :-)








<기프실> 상영 일정

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 2일(토) 16시, 메가박스 신촌 - 감독과의 대화
6월 5일(화) 10시 30분, 메가박스 신촌 - 감독과의 대화


서울인권영화제
6월 7일(목) 18시 - 마로니에공원 - 감독과의 대화


인디포럼
6월 10일(일) 19시 40분, 서울아트시네마 - 감독과의 대화
6월 12일(화) 12시 20분, 서울아트시네마





<소성리> 상영 일정


서울인권영화제

6월 7일(목) 15시 50분, 마로니에 공원 - 감독과의 대화


인디포럼
6월 10일(일) 12시 40분, 서울아트시네마 - 감독과의 대화
6월 14일(목) 13시,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에서 만나요~~

<소성리> : 소성리가 품고 있는 삶들에 대하여

 

 시작하고 꽤 오랫동안, 사드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지금 현재 소성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외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쩌면 그저 시골 마을의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편안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다. 바꿔 말해 지금 대한민국이, 성주가, 그리고 소성리가 사드배치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입장에선, 도대체 사드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지 의문을 품으며 영화의 초반부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러닝타임의 약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사드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투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에서 우리가 자주 보아온 이미지인 경찰과의 대치 상황을 굳이 오랫동안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잠시 투쟁 현장을 보여주다가도 금세 시선을 돌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버린다. 그리곤 다시 마을의 풍경들에 집중한다. 방금 보여 졌던 투쟁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의 긴장은, 투쟁 이후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 주민들의 음성에 의해 차분하게 정리 된다.  


 


 언젠가 사석에서 박배일 감독에게 물은 적이 있다. 영화 <소성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박배일 감독의 감독은 이러했다. ‘처음에 미디어 운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소성리를 찾았을 때만 해도 영화를 찍을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성리에 들어가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내가 영화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라고.

 

 말하자면, 박배일 감독이 영화 <소성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건 사드도, 운동도, 투쟁도 아닌 소성리라는 마을 자체였다. 소성리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의 역사가 있고, 그 사람들이 한평생을 함께 살아온 자연이 있었다. 소성리는 삶을 담고 있는 마을이었다. 실제로 영화 <소성리>가 담고 있는 가장 많은 이미지는 소성리의 풍경들이다. 논과 밭. 나무와 숲. 오래된 집들. 오래된 길들. 그리고 그 안에서 느리게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이 노인인 주민들. 이 순간 영화는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카메라를 그저 삼각대에 올려놓은 채 거리를 두고 그 풍경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이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 것처럼 말이다.



 사드의 필요성, 안보, 그리고 전쟁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들이 우리에게 시시각각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드가 배치되는 작은 마을에 대해서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영화 <소성리>는 이 순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소성리가 갖고 있는 풍경에 대해서, 소성리의 나무들과 풀벌레들이 내는 소리에 대해서,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대해서, 소성리 주민들이 갖고 있는 이 곳의 기억들에 대해서. 결국 <소성리>가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이것을 호소하기 위함이다. 소성리 주민들의 삶도 우리의 삶이 중요한 것처럼 똑같이 중요하다고. 이 순간까지 도착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우리 스스로에게 생겨난다. 사드로 인해 이 마을이, 이 마을의 삶들이 강제적으로 중단될 위기해 처한다면, 우리는 이곳에 사드가 들어오는 것을 쉽게 허락 할 수 있을까라고.

 

 조금의 스포일러.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가장 강한 감정이 생겼던 장면은, 투쟁 현장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누군가들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할머니들의 얼굴을 영화가 보여줄 때였다. ‘너희 같은 종북 빨갱이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너희 가족들도 북한군에게 죽어봐야 정신 차린다.’ 등의 폭언이 한바탕 지나간 이후, 영화는 문득 카메라를 하늘에 띄운 뒤 천천히 소성리의 전경을 살핀다. 그리고 그 위로 소성리에서 6.25 전쟁을 통과해온 할머니들의 기억들이 포개어 진다. 할머니들도 분단과 레드 콤플렉스의 시간들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것이다.

 

 이 순간, 폭언을 쏟아냈던 이들과 같은 시간을 통과 했지만 다른 결말에 도착한 소성리 할머니들의 삶이 아프도록 깊게 이해됐다. 문득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은 소성리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소성리가 갖고 있는 아픔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소성리 뿐 아니라, 힘없고 저항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국가 폭력의 대상이 되는 대한민국의 모든 작은 마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_ 글 한동혁

제 18회 부산독립영화제, <깨어난 침묵> 초청!!

 




제 18회 부산독립영화제에 <깨어난 침묵>이 초청되었습니다. <깨어난 침묵> 다른 지역보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많이 상영되길 바랐는데, 초청되어 정말 기쁩니다. 19일(토) 상영에는 생탁 노동자들도 함께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니 많이많이 보러와주세요~


상영일정

1119일(토) 18, 영화의 전당 소극장 GV 


11월 22일(화) 16, 영화의 전당 소극장








전태일 노동영화제, <깨어난 침묵> 상영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열사의 46주기에 진행하는 전태일 노동영화제에서 <깨어난 침묵>이 상영됩니다. 전태일열사가 돌아가시고 46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오늘도 수많은 전태일이 거리와 고공에서 그의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생탁의 송복남 총무님과 스타케미칼의 차광호님이 오늘의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우리 모두 노동자이니!!! 많이많이 찾아주셔서 이 시대의 전태일을 만나보아요~~^0^


상영일정

11 20일(일) 17, 오오극장 GV (특별 손님,

생탁 노동자 송복남,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 






제 19회 강릉인권영화제, <깨어난 침묵> 초청!!!

<나비와 바다>, <강, 원래 프로젝트>, <밀양전>, <밀양 아리랑>까지 오지필름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강릉인권영화제에서 <깨어난 침묵> 상영합니다. 올 초, 여러 사정 상 문을 닫은 신영극장에서 상영하는데요. 아마도 강원도 지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상영이 될 것 같은데요. 부산이든, 강릉이든, 어디든 노동자들의 현실을 같습니다. 부산의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하고, 싸우는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우리 지역의 노동자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상영일정

1127일(일) 16, 강릉 신영극장 GV 

두서없는 글을 시작한다.

2011년 오지필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4대강사업반대 미디어활동 ,원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국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풀어내는 프로젝트, 나는 그때 일개감독의 프로젝트에 연출부로 함께 했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낙동강에 세워지는 몇 개의 보를 찾아 촬영하고 우애우애 출연까지 했었다. 그 순간 까지도 많은 고민들을 하지 못했고,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느 건물 에스컬레이터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선배, 저희 할머니 댁이 영주댐 때문에 수몰되는데 ... ”

시작은 이 말 한마디.

5년 전, 말 한마디 큰 고민없이 뱉었다가 아직도 깊은 숲속을 헤매고 있다.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할머니 집을 카메라에 담자고 마음먹고

사라지는 것들, 고향의 봄, 놈이, 기프실이 되기까지 오지인 들을 참 많이도 괴롭혔다.

 

집중하지 않고, 나아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심스러운 나를 만나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숨고 피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렇게 반복하던 회의 속에서 얼마 전 들었던

니가 니 작품에 애정이 없는데 우리가 뭐 어떻게 할거고?”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나는 그동안 내 작품을 애정하지도 않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걸어왔던 건가? 지난 시간들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그동안 내 작품에 애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사실 애정이 식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때는 힘내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록해온 영상들을 보며 힘을 얻다가도 금세 의지는 꺾이고 스텝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눈물바람으로 혹은 한숨과 부끄러움으로 작품회의를 마쳤던 지난 시간들을 이제는 만회하고 싶다. 더 이상 숨고, 피하는 나를 만나지 않으면 좋겠다숨으면 안 된다. 다시 모니터 앞에서 마음을 잡았다.

 

 

▶ 할머니집이 부서지는 장면이다. 이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장소'는 나의 정체성을 유지할수있는 기억의 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내 정체성의 한 부분도 저기 어딘가에 있었다. 그 기억의 집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부서지는 장면이 슬펐다.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할머니 집을 기록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사라지는 것들을 눈으로 목격했다. 나는 이 죽음과 사라지는 것들을 그동안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서 고백하려 한다. 그 고백을 통해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기억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수많은 사라짐들을 어떻게 의미짓고 내 삶 안에서 이어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 이다. 쉽지 않은 일이고, 또 형체가 없는 것 같은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형체 없는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문창현이라는 사람의 현재라는 이야기다.

변할 듯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내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오지필름의 활동이고, 작품을 통해서 그것들을 진전시켜가야 한다는 것을 믿고 싶다. 내가 기록해왔던 순간들에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오늘도 한걸음 걸어가려고 한다. 촬영해온 영상들을 보면 한숨만 푹푹 쉬게 되지만은 우야둥둥 (사라지는 것들, 고향의 봄, 놈이에서)기프실이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는 그 실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쁜 소식도 전한다.

두서없는 글을 이제 마무리 한다.

 

 


모든 생각과 행동을 더디고 무겁게 만들었던 지독한 여름이 간다. 

더위를 많이 타긴 하지만 한여름의 시작에 태어난 나인지라 여름은 설레고 기다려지는 계절이었는데, 서른의 여름은 나조차도 원인을 모를 무기력과 불안 그리고 우울함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나날 속 어느 날, 나는 얼떨결에(부끄럽지만 솔직하게 고백하련다.)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내 고향은 경북 구미다. 

철 모를 적(지금도 철이 없긴 하다만) 가수’god’의 빠순이를 자청하던 때엔 김태우와 장우혁을 배출한 도시라고 자랑스럽게 떠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박근혜의 아버지이자 우리나라의 현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 사람, ‘박정희의 고향’이라고 소개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늘 현 대통령인 박근혜와 그의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분노 혹은 부끄러움이 베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같은 고향사람을 긍정이든 부정이든 중시 여기는 지연주의 의식이 짙었던 것이다. 언제나 내 고향 구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유독 눈에 잘 띄었고, 그 와중에 흘러가는 타임라인 속에서 구미시에 대한 기사가 눈을 잡아 끌었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 사업’에 관한 것이었다. 박정희가 태어난지 10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아득하게 다가왔다. 100년이면 강산이 10번도 바뀔 수 있는 시간인데, 그는 언제나 멀지 않은 시간 속에서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이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잠시 오싹함을 느꼈다. 



기사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구미시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 사업에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구미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사업의 비효율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지만, 그에 못지 않게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놀라웠다.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박정희는 어느 정도 크기의 인물인걸까.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하긴 나 역시 구미에서 살았던 20년의 시간동안 그를 우리나라를 이끌고 일으킨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직접 인지할 수 있는 부분뿐만 아니라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부분에서 그가 만들어놓은 어떤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기사 내용을 일개감독과 문대표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냥 이 놀라운 사실에 대해 공유하면서 욕이나 한바가지 해줄 생각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모든 시작은 이 사진에서부터.... (애증의? 사진) 이 사진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되어버렸다! ㅠ.ㅠ 이 때만 해도 앞날을 모르고 웃던 나... ㅋㅋㅋ




정신을 차렸을 때 대화는 내가 예상한 것과는 많이 다르개 전개되고 있었다. 일개감독과 문대표는 내가 말해준 기사의 내용에 놀라워하며 자연스럽게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따지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그때까진 그냥 가벼운 기록물로 남겨두는 정도로 괜찮겠다 여겼다. 그리고 역사적....인 순간...! 일개감독은 나와 문대표를 함께 찍은 사진에 시뻘건 글씨를 새겨 sns에 업로드하고는 영화의 시작을 선언해버렸다...! 그렇게 <구미의 딸>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의 고민도 시작됐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내가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일개감독이 올린 사진속에서 웃고 있는 내 얼굴을 긁어버리고  싶을만큼. 나를 설득하려는 일개감독과 문대표의 이야기가 귓바퀴에서 팽팽 튕겨나갈만큼 나는 두려웠다. 사실 그 두려움의 원인이 뭔지 지금도 정확하게 파악이 안된다. 그냥 당시 온전치 못했던 몸뚱이가 오만 생각을 부정적으로 몰고 간건지, 그래서 모든게 싫었던 건지... 많은 생각으로부터 자꾸 도망치려고만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부정할 수 없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다. 이 기록이 꽤 의미있고 가치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미련한 나는 꽤 긴 시간의 고민 후에, 작업을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미 일개감독과 문대표는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내가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 나를 다그치치 않고 설득하며 기다려준 일개감독과 문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나에게)꽤나 유난스럽고 요란하게 시작된 <구미의 딸들>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다. 처음 영화에 대해 아이디어를 쏟아낼 때, 100주년 기념사업의 현장을 쫓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와 반응을 들어보자고 입을 모았었다. 아직 기획 초기단계라 어떻게 바뀌어갈진 모르지만,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박정희의 그림자를 밟아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구미에서 20년을 살아온 나와 문대표가 함께 연출을 맡아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일개감독은 언제나 옆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줄 것이고,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영화의 길잡이가 되어줄 pd님도 함께한다. 나를 믿고, 이들을 믿고 천천히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보고 싶다. 그 끝이 어떤 모습일지 사실 아직도 좀 두렵지만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나와 우리의 많은 부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그를 찾아다니다 보면,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 대해서도. 그러다 보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쓰다보니 좀 거창하다. 히히. 그리고 <구미의 딸들>은 나의 첫 다큐멘터리 연출작이기도 하니까(마지막 연출작이 될 수도 있다. ㅋㅋㅋ) 이 작업을 하면서 내 스스로가 가진 다큐멘터리와 영화에 대한 생각도 다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이 길어졌다.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을 감추거나 속이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많이 부끄럽지만 이런 시작도 있다. 하하. 그래도 지금은 응원이 더 필요하긴 하다. 소심한 나에게 응원을 달라고 고백하는 글이기도 하다. 유람을 떠날 그 날을 위해 천천히 짐을 꾸려가고 있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찐~하고 뜨겁게? 기념하고 싶다. ㅋㅋㅋ <구미의 딸들>의 유랑기, 오지필름 유랑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 여정에 함께해주길!

'견딜 수 있으면 견뎌봐라~~'고 윽박지르듯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여름, 불빛 하나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저 멀리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소리 없이 내쉴 수 있게되니 가을이 훅 찾아왔다. <사상>과 <라스트 씬>은 가을이 찾아온 속도만큼 '훅!' 나에게 다가온 작업이다. 

<사상>은 영화의 전당 자료실에서 다큐멘터리 <무질서>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사상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머릿 속에서 '사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이런 공간적 특징이 있구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파바박 정리되었고, 언젠가 '영화로 찍자!!'고 생각했다. <라스트 씬>은 국도예술관과 오지필름이 한해를 마무리하며 망년회를 했을 때 '국도가 1년 뒤에 문 닫을 수 있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국도를 영화로 남겨보자!!'는 의기투합을 했고, 일사천리로 공동제작 형태로 영화가 진행되었다. 두 영화 모두 오랜 고민 끝에 출발한 작품이 아니란말이다.  영화의 시작이 어떻든 영화 제작 과정은 거의 같은 길을 걷게된다. 결국 '어떤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를 납득 할 수있을만큼(혹은 스스로 일치한다고 착각 될만큼)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사상>은 2012년에 아이디어를 떠올려 간헐적으로 촬영은 진행했만 주제와 형식이 명확하지 않아 찍고 있어도 '왜?'라는 의문부호가 지워지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라스트 씬>은 국도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특별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자는 목표가 어느 순간 사라지며, '한국 사회에서 영화의 현실, 영화는 무엇이고 영화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등의 주제로 확장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정우가 <터널>에 갇혀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의 구조체계와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처럼, 감독의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두 영화 모두 터널 속 하정우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

 

 

터널에 갇혔다고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듯, 두 작품을 진행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나의 징징댐을 문대표와 김작가가 받아주며, 내가 대답을 찾아야 할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전해주며, 내가 한발짝한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쥐똥만큼 몇몇 생각들이 정리되면 수시로 회의를 했다. 회의를 하고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다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회의감에 빠져드는 날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 조각처럼 맴돌던 생각들이 하나씩 아구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한순간 모든 아구가 맞춰졌고, '이젠 본격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며칠 뒤 몇몇 조각들이 어그러져 있단 걸 발견했지만, 빛이 전혀 보이지 않던 터널에 빛이 들어 왔을 때 꽈당 머리를 부딪혔다고 희망을 잃는 게 아니니, 수정 보완해서 나아가면 되는 시기가 드디어 온 것이다.

 

 

<라스트 씬>은 국도에서 확장 된 이야기를 접고, 국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왔다. 국도의 현재와 변화 그리고 국도를 감싸고 있는 공기만 잘 담아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건데 그동안 당연하지 않아서 힘들었...ㅠㅠ

<사상>은 사상을 살아가는 세 명의 남성을 중심으로 과거를 듣고, 현재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상의 변화를 곁들인 영화는 자본에 잠식 되어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있다. 그리고 다시 터널에 갇힐 수도 있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다. 낭떨어지 밑에서 터널 속에서 가만히 구조만을 기다리면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느리더라도 꾸역꾸역 빛을 찾아 나아 갈 것이다. 지금 찾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과 그렇게 약속했기에, 그래야만 한다. 두 영화가 완성 될 2017년, 2018년 가을을 기대해달라~~

제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깨어난 침묵> 한국경쟁작으로 초청!!

 

제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 <깨어난 침묵>이 초청되었습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밀양아리랑>이 첫 공개 되어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영화제인데요. 이번에도 그 연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상영일정

0923일(금) 15, 메가박스 백석 8관 GV 

0926일(월) 1630,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3

0928일(수) 13, 메가박스 백석 8

 

작품리뷰

<깨어난 침묵>의 특징 중 하나는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했다는 데 있다. 그들은 카메라 뒤에서 흘러나오는 얼굴 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 중 한 장면을 인용하고 싶다. 생탁 조합원들이 사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빙 둘러앉아 부동의 시위를 벌인다. 바닥을 향한 카메라 뒤에서 이런 목소리 하나가 들린다. “신용섭 사장님, 상여금 좀 주세요. 개처럼 부려먹고 상여금은 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사장이 한마디 한다. “개들한테는 상여금 안줍니다.” 다른 조합원이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개란 말이에요?”

이 장면을 본 뒤 최근 본 극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부자들Inside Men>에서 논설주간 이강희는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국민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 대사는 마치 유행어처럼 번졌고, 풍자적인 대사라는 암묵적인 합의하에 용인되었다. 그러나 이 말이 교육부 기획정책관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논란이 일자 그는 영화의 대사를 인용했을 뿐이라 해명했다.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는 발언들이 오히려 그런 현실을 수호하거나 인정, 혹은 체념하는 논리로 악용될 때의 망연자실함이 앞서 언급한 <깨어난 침묵>의 한 장면 속에 담겨있다. 영화의 첫 장면, 감독은 카메라 앞에 앉은 노동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말을 분리한다. 이것은 어쩌면 말할 수 없는 동시에 침묵할 수도 없는 이들의 아이러니하고도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김소희]

 

 

제 4회 서대문구 노동인권 영화제 <깨어난 침묵> 초청!!!

 

 

 

 

 

 

<깨어난 침묵>이 제 4회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영화제 메인슬로건을 '깨어난 침묵'으로 해주셔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제는 무료로 상영하며, 관람 전 미리 상영 신청을 해주시면 됩니다.

 

상영일정

9월 24일(토) 13시 아트하우스 모모 GV

 

관람 신청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ISA8W61qF1gBSarmBNHm3lwODzbSHLEdTN33W-C7hxXbu7w/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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