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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오지 ~ing

<라스트 씬>과 <사상>은 ing~~~

'견딜 수 있으면 견뎌봐라~~'고 윽박지르듯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여름, 불빛 하나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저 멀리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소리 없이 내쉴 수 있게되니 가을이 훅 찾아왔다. <사상>과 <라스트 씬>은 가을이 찾아온 속도만큼 '훅!' 나에게 다가온 작업이다. 

<사상>은 영화의 전당 자료실에서 다큐멘터리 <무질서>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사상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머릿 속에서 '사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이런 공간적 특징이 있구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파바박 정리되었고, 언젠가 '영화로 찍자!!'고 생각했다. <라스트 씬>은 국도예술관과 오지필름이 한해를 마무리하며 망년회를 했을 때 '국도가 1년 뒤에 문 닫을 수 있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국도를 영화로 남겨보자!!'는 의기투합을 했고, 일사천리로 공동제작 형태로 영화가 진행되었다. 두 영화 모두 오랜 고민 끝에 출발한 작품이 아니란말이다.  영화의 시작이 어떻든 영화 제작 과정은 거의 같은 길을 걷게된다. 결국 '어떤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를 납득 할 수있을만큼(혹은 스스로 일치한다고 착각 될만큼)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사상>은 2012년에 아이디어를 떠올려 간헐적으로 촬영은 진행했만 주제와 형식이 명확하지 않아 찍고 있어도 '왜?'라는 의문부호가 지워지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라스트 씬>은 국도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특별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자는 목표가 어느 순간 사라지며, '한국 사회에서 영화의 현실, 영화는 무엇이고 영화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등의 주제로 확장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정우가 <터널>에 갇혀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의 구조체계와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처럼, 감독의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두 영화 모두 터널 속 하정우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

 

 

터널에 갇혔다고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듯, 두 작품을 진행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나의 징징댐을 문대표와 김작가가 받아주며, 내가 대답을 찾아야 할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전해주며, 내가 한발짝한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쥐똥만큼 몇몇 생각들이 정리되면 수시로 회의를 했다. 회의를 하고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다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회의감에 빠져드는 날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 조각처럼 맴돌던 생각들이 하나씩 아구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한순간 모든 아구가 맞춰졌고, '이젠 본격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며칠 뒤 몇몇 조각들이 어그러져 있단 걸 발견했지만, 빛이 전혀 보이지 않던 터널에 빛이 들어 왔을 때 꽈당 머리를 부딪혔다고 희망을 잃는 게 아니니, 수정 보완해서 나아가면 되는 시기가 드디어 온 것이다.

 

 

<라스트 씬>은 국도에서 확장 된 이야기를 접고, 국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왔다. 국도의 현재와 변화 그리고 국도를 감싸고 있는 공기만 잘 담아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건데 그동안 당연하지 않아서 힘들었...ㅠㅠ

<사상>은 사상을 살아가는 세 명의 남성을 중심으로 과거를 듣고, 현재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상의 변화를 곁들인 영화는 자본에 잠식 되어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있다. 그리고 다시 터널에 갇힐 수도 있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다. 낭떨어지 밑에서 터널 속에서 가만히 구조만을 기다리면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느리더라도 꾸역꾸역 빛을 찾아 나아 갈 것이다. 지금 찾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과 그렇게 약속했기에, 그래야만 한다. 두 영화가 완성 될 2017년, 2018년 가을을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