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지필름과 함께 하게 된 지도 벌써 다섯 달이 되었습니다.

 

익숙해진 듯 아닌 듯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 아닌가 싶어요.

 

나는 어쩌면 천만의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마냥 영화를 하고 싶었던 무지한 사람이

영화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나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서 걸었던 오지필름의 날들을 생각합니다.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운이 좋았구나.

 

2.

오지필름과 함께 한 다섯 달 동안은

나를 좀 더 살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여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어떤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것과

그 과정 속에서 혹은 그 과정을 거치며

새로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또한.

 

목소리를 가지는 일

목소리를 내는 일

 

여태 다양한 목소리를 잃어버린 채

어딘가 비어있는 나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열없지만 조금은 나 처럼 사는 게 무엇인지를

알 것도 같습니다.

 

3.

좋은 영화를 만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의심이 앞선 나에게

믿음을 먼저 주어 고맙습니다.

 

그때의 순간과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살게요.

 

 

 

 

그냥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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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대학 캠퍼스 어느 등나무 아래서 나눴던 대화를 종종 떠올립니다. 
언젠가 작은 공간한켠 마련해 컴퓨터 몇대 두고서 함께 영화를 만들었음 좋겠다던. 

그날의 대화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있는 지금이, 나는 때론 신기합니다.

스스로의 한계, 그 속에서 꾸며낸 어떤 희망으로 무수히 방황하던 날을 쌓아두고, 

지금은 오지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겁 많고 소심하고 산만한 내가 조금이나마 용기내서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부산에서 오지인들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때론 좀 찌질하더라도, 타박타박 더디게 가더라도. 

'오지게'찍고 있는 그들을 도와가며, 도움도 받아가며 그렇게 함께 가겠습니다. 

내 능력과 관계없이 영화를 놓을 수 없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이천십삼년 구월 이십일.
삼각에서 사각으로 변신(혹은 진화)한 
오지필름에서 :-)

by. 김수습



오지필름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밀양戰> 제작에 <나와 나의 거리> 편집에 <펑크> 촬영에 


영화 제작을 위한 기획서 준비에 '오지필름 1+1 프로젝트'에 


미디어교육에 밀양과 영주를 오가는 일정은 생각만큼 힘겨웠다.


그런데 욕심은 있어서 뭔가 다른 걸 더 기획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의욕만 가득차 있을 뿐 움직일 손발이 없는 상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같은데 뭔가 놓치고 흘러가는 상태!


그 공백을 함께 채워나갈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문대표와 옵스큐라 그리고 일개감독 모두 그 문제의식은 같았다.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주미를 생각했다.



"그래~~ 주미와 함께 조금 더 나아가자!!"



서로 정리 할 것도 있고, 


겪어 판단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올 연말까지 수습이란 형태로 함께하려한다. 


그 기간동안 서로가 더 발전적인 내일을 모의작당 할 것이다.



주미와 함께 한다고 해서 오지의 상태가 제대로 돌아올거란 기대는 솔직히 없다. 


우린 언제나 상태가 말이 아니었고, 


그 말이 아닌 상태가 오지가 나아가는 힘이라 믿는다. 


'어떤 상태가 아닌, 어디로 향해갈까?'를 항상 점검하며... 


주섬주섬 내딛는 네명의 발걸음을 지켜봐달라!  



이천십삼년 구월 이십삼일.

점점 둥글게 변하고 있는 오지에서...

 

 

by. 일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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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마누라

8미리 카메라가 집에 있어 자연스레 카메라 감독 되는 게 꿈이 되었다던 당찬 고백 뒤에 펼쳐진
너의 원숭이 퍼포먼스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시퀀스로 남아 있다.
우리 머리가 닿는 다락방이 있는 낡은 술집에 빈 술병은 널부러져있고, 내 혀는 꼬여가고, 대화의 주제는
이성에서 다시 꿈과 미래로 돌아왔는데 내 속은 점점 뒤집히고 술을 자제하던 너는 늘 우리 뒷 수발을  도맡았었지.
대학 시절 너의 어깨를 가장 많이 빌린 나는 널 마누라로 임명했었다.
군대시절엔 널 먹인다는 일념으로 무채를 썰고, 고기를 자르고, 삼겹살을 굽고, 닭고기를 튀겼었다.
지하 보일러실에서 우린 영화에 대해 고민했고, 지금은 떠나버린 여친과의 미래를 꿈꾸며 MAXIM을 탐독했었지.
첫 휴가 나왔을 때 김포공항에서 추리하게 몰골에 모자엔 짝대기 한개 박힌 군인 둘이 쪼그려 앉아 카스테라 먹고 있는 뒷모습을 풀샷으로 잡아보면 생각만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말년휴가 13일 남겨놓고 여친 떠났다며 애써 웃던 네 모습도 떠오른다.



전역 후 영화를 독파하겠다며 상경해 우린 6개월 동안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과 함께 골방에 갇혀지냈지.
영화보단 여자를 독파하겠다고 뛰쳐나갔던 날 잡아준 것도 너였다.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입학했다는 니 말은 믿을 수 없으나
인대 농구대회를 2등으로 이끈 건 우리 둘의 환상 호흡 때문이었다.
'유인몽'을 만들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골 싸멨는데 결과를 보고 '처...처...처음이니까~'위로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미디어 교육 교사가 되겠다던 너의 고백에 흥분해 꿈을 배신한 찌질남으로 몰아세웠던 거 사과한다.
함께 영화 작업하기 위해 만들었던 필름모아를 떠난 것, 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미디토리에 너만 밀어 넣은 것..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것 같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이웃과의 소통과 공동체와의 연대를 고민하는 우리 모습이 신기하기만하다.
여전히 꿈이란 놈 때문에 현실을 뒤로 제치고 있는 우리가 무모해보이지만
속으론 늘 엄지 손가락 내밀며 응원하고 있다.
며칠 전 버스에서 내 삶을 인정하지 않는 여자와의 교제는 절대 반대라던 니 모습 때문에 내 삶에 작은 용기를 얻었다.
드디어 너도 서른이 되었구나. 서른의 숫자만큼 무거워진 네 책임감에 가끔 안쓰러울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면 씩씩거리고 화낼텐데 대책 없는 오지랖으로 잘 견뎌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음.... 뭔가 애기하려는데 갑자기 눈에서 물 비슷한게 흘러내린다. 여기 도서관인데....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애기하려한다.
음.... 지금까지 내 옆에서 같은 보폭으로 함께 걸어와줘서 너무 고맙다.
비탈길 혼자 걷던 내게 네가 다가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은 덜 행복했을 것 같다.
음.... 우리가 살아온만큼 보다 더 많은 시간...아니 이제 죽는구나 싶을 때까지 함께 걷자 친구야!!
사랑한다는 말 술 한잔 하고 직접 이야기할꾸마. 건강하자!!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요 ... 제 맘대로 도용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


Dear. 승훈선배

졸업 이후에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요.. 남자친구한테도 못쓰는 편지 .. 선배한텐 벌써 2번째...
선배를 알게 된지 5년하고도 15일 정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스토커는 아닌데.. 얼추 계산해 보니 그정도 되었네요..  학과 동아리 신입생 모집차 면접을 봤고, 그렇게 V-Lab.(Visual Laboratory)이라는 영상동아리에서 선배를 처음 뵈었지요. 꼬꼬마시절 철없던 모습만 보여드렸던 선배님께 오지필름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쓰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말들을 풀어야 할지 쑥쓰럽기만 합니다.

저한테 승훈선배라는 존재는 .. 이 편지를 써서가 아니라 정말 선배이상, 친오빠같은 그런 존재에요.
말은 잘 못했지만, 아니 거의 안했지만 여러가지로 많이 의지했던거... 아시죠?  그동안 너무 티나게 의지했었나요?
하하하

요즘 미디토리업무에, 끝나면 학원수업까지 몸이 열두개라도 모자란 선배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배일선배와 여러 이야기 나눌 때 선배도 함께있으면.. 제 개인적인 욕심에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것 처럼, 제 고민을 말하고, 또 눈물, 콧물, 웃음 꽃을 피울텐데 하면서 혼자 아쉬워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못나눠서 그런지, 요즘 선배와의 술 한 잔이 간절 합니다. 조만간 한 잔 하자시던 선배 말이 떠오르네요. 술사주세요..

지난 1년, 잠깐동안, (저는 잠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선배를 못뵜을 뿐인데, 그동안 세상도 많이 변했고, 승훈선배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나이에 3자가 붙어서 그런가요? ㅎㅎ 더 좋은사람, 누군가에게 큰 힘이되는 사람이 되어계셨어요. 사실 어떨 땐 딴사람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멋진 사람이 되어가시는 선배모습을 많이 목격? 하면서 , 더 존경스럽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는 스스로 다짐을 합니다. 

배일선배편지를 읽으면서 제가 다 눈물이 났는데,  저는 배일선배만큼 감동적인 편지는 못쓸것 같아요 ..

앞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 선배한테 감사하다는 표현을 두고두고 해 나가겠습니다.
그래도 되지요?

싱그러운 봄이 온줄 알았는데, 이웃나라의 안타까운 소식이나, 봄이라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힘이날 겨를이 없는거 같아요..그래도 이 편지 통해서 다시 한 번 선배 스스로 심기일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늘 마음 속에 엄지손가락 치켜 올리고 승훈선배 응원하고 있을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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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를 벗어나기 위해 

                            오지게 애쓰는 오지인




네가 누군지 알고 싶어.

네가 무얼 했고,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말야.


소통은 너무나 어렵다. 삶은 언제나 각자의 시간이었고 상대와 완전히 동화될 수 없다는 한계가 서로를 밀어내기 바쁘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 절대 살아 갈 수 없다. 함께 조화롭게 살기 위해 소통은 살을 엘 듯 차가운 사회에서 더없이 중요하며 꼭 필요한 것이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날 먼저 알려야 한다. 그것이 소통의 첫 시작이다. 지금 내가 소개하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당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리고 많은 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이들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창현은 지난 4년간 단편극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여러 다큐작품과 활동을 접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일들에 좀 더 관심 갖게 되고, 귀를 기울이게 됐다.

"처음엔 다큐에 대해 막연히 좋은 느낌으로 다가갔었다. 하지만 다큐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당신들의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아내고 그것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 오지필름 문창현 대표

Q.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예전의 난 사회 저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몰랐고,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다. 익숙하지 않다보니 내 스스로 더 눈감고 귀 막아 왔었던 것에 경각심을 가지고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얼마 전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몇 십년의 오랜 시간동안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해온 한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이 소통해온 값지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꼭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공감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Q. 오지를 벗어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소통엔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 많은 사람들과의 생각을  공유하기 앞서, ‘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보다 ‘ 왜 소통해야 하는가 ’를 생각하면서 소통하고자하는 의미를 다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가치가 더 이상 세상 속에 묻혀, 사라져 가지 않도록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담고 싶다.


박배일은 2007년 첫 다큐멘터리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를 시작으로 사회의 소외받는 이들의 삶을 카메라로 응시하고자 마음먹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희망을 얻은 나는 다큐멘터리라는 영상언어로 다양한 저마다의 가치를 가진 이들과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행동과 목소리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 오지필름 박배일 감독


Q. 다큐로 세상과 우리를 연결하고자 하는 당신은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권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는 보수화된 사회는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

Q. 오지필름에서 당신은 무엇을 꿈꾸는가?

 난 혁명을 꿈꾼다. 언젠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혁명의 과정에서 오지필름이 제작한 작품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 머물지 않고 늘 변화를 꾀하는, 식지 않는 열정으로 세상의 진보를 바라는, 오지에 묻힌 삶 곁에서 힘이 되는, 소통을 위해 가슴으로 뛰는, 혁명의 순간을 기록하는 오지필름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겠다.

                                                                                                                    김나경 비주류 주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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