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 <밀양아리랑>이 개봉했습니다.
정말 기쁘게도 부산에서 개봉 첫날 영화 상영과 함께 GV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 날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국도예술관의 매표소~
<밀양아리랑>이 시작되기 전,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고마운 관객분들.
약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후원인들의 이름을 보고 뭉클했더랬죠...
개봉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 내용을 공개합니다.
***박배일 감독(이하 박), 정진아 프로그래머(이하 정)
정진아 : 여러분 반갑습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밀양아리랑>을 만든 박배일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먼저 인사 한말씀 해주시죠.
박배일 : 안녕하십니까. <밀양아리랑>연출을 맡은 박배일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진아 : 질문도 좋고, 영화에 대한 감상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이야기 해 주시면 됩니다.
관객1 : 제목을 '밀양아리랑'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 : 계속해서 밀양의 이야기가 전해져야지만, 탈핵과 탈 송전탑에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해서 영문 제목은 그렇게 하고 한글 제목은 묻어가려다가 실패한 거죠.
관객2 : 할머니들이 추는 춤과 경찰들이 추는 춤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 같은데,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 : 그냥 꼴 보기 싫었어요. 경찰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방금 전까지 할매들이 밟히던 자리에서 춤이나 추고, 노래나 불러대는 모습이. 그 모습이 과연 생각이 있는 건가 싶었고. 그 장면이 제가 찍은 장면은 아니에요. 그런데 보다가 이런 미친... (일동 웃음) 미쳤다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마음으로 넣은 장면입니다. 그것과는 다르게 어머니들의 노래는 자신들 마음을 대변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넣은 것 같아요.
정 : 사실 어머니들이 조금 더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싸우고 싶어 하시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면서 실제로 그런 힘든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담고 싶지는 않으셨나요?
박 : 카메라에 담겼지만 영화적으로 넣을 자리가 없어서 뺀 것 같아요. 평생 동안 같이 살았던 친구가 말도 안하고 등 돌리는 모습에 안타까워서 우는 모습 같은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넣으면 안 그래도 영화자체가 감정에 동요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그런 장면들을 많이 넣으면 그 모습들이 현실로 받아들여 진다기 보단 감정적으로 한번 풀고 끝나버릴 것 같아서 억지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 : 그럼 그 마을 안에서 갈등을 심하게 겪고 계신건가요?
박 : 오히려 더 심하게 겪고 계시죠. 그 당시에는 함께 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니까 상실감이 더 컸고, 지금은 같이 싸웠던 분들이 합의 서류를 들고 도장 찍으라고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 분들과 얼굴 맞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정 : 그럼 지금 어느 정도의 주민이 남아있는건가요?
박 : 지금 밀양에서 200가구가 채 남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게 10~20%정도? 그러니까 거의 다 합의를 한 상태죠.
관객3 : 일단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건들을 봐도 언론에서 너무 엉터리로 보도를 해서 화가 나는 것들이 많아요. 영화에서 밀양에 대한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을 해주셨는데 그런 부분들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질문은 한전에서는 100% 동의를 얻으면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요?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았습니까?
박 : 한전에서는 100% 동의를 얻지 않으면 공사가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나 봐요. 지금 송전탑은 전부 세워졌고 줄도 걸렸고, 원래라면 신 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시험 송전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미국이 실수를 해서 부품을 잘못 넣었다 해서 부품을 교체하는 상태고, 자기들이 불량 부품을 위조해서 넣은 것도 있고 해서 기간이 더 늦춰졌어요. 그런데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에서 시험 가동을 하지 않으면 아랍에미리트에 건설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계약대로 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게 되는 계약조건이 있기 때문에 시험 송전을 무조건 해야 되요. 그래서 억지로 빨리 송전탑을 지어서 시험 송전을 한 거죠.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의 반대 목소리도 없게 하기 위해서 정말 가열 차게, 겉으론 드러나지 않죠.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마을 안에서는 남은 분들이 도장을 억지로 찍게끔 하려는 것이죠.
정 : 그럼 보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게 진행되는 건가요?
박 : 밀양 싸움으로 바뀐 것이 많아요. 예전에는 밭이 이정도면 정말 밭 주위만 아주 적은 범위로 보상을 해 줬어요. 그런 것들을 합리적인 방안으로 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고,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보상 금액도 올라갔죠. 원래 모든 국가정책에는 개별보상이 없어요. 마을이 있으면 피해를 받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하지만,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진 않아요. 그런데 송전탑 싸움이 길어지면서 입을 막기 위해 마을 기금의 보상을 개별 보상으로 돌리고 있어요. 그 법안을 바꿨죠. 그래서 개별보상과 마을보상을 동시에 하는. 그런데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면 누가 그 지역에 이사를 오고 땅을 사려 하겠어요. 그분들이 땅을 팔아서 그 곳을 떠날 사람들은 아니지만, 농사라는 것은 땅을 사고 씨를 살 때 대출을 받아서 1년 동안 농사를 짓고 거기서 남는 돈으로 대출을 갚고, 이윤을 남기거든요. 그런데 땅의 가치가 떨어져버리면 대출자체를 받을 수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저 사람들은 저기서 평생 살 것 아니냐. 그런데 왜 땅값을 걱정하는 거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생활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힘든 것이 있죠. 그리고 송전탑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도 굉장히 많죠.
... 강의를 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정 : 좀 그렇긴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강의를 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관객4 : 마지막에 행정대집행 장면을 넣을 때 소리로만 넣고 연대자들이 식사하는 영상을 보여줬잖아요. 그렇게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행정대집행 이전과 이후 밀양의 상황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 : 첫 번째 질문은 답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뒤에 하고 두 번째 질문에서 달라진 것은 일단 송전탑이 세워져 있죠.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는 말은 눈을 뜨고 집 밖으로 나오면 송전탑이 보인다는 이야기죠. 그 송전탑을 본다는 것은 10년 동안 고통받아왔던 결과를 매일같이 채득하게 되는 의미인거죠. 그런 상태에서 농성장에 가면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줄었고, 어제 본 사람이 오늘은 없는 상황인거죠. 그러면서 고립감은 계속 들게 되겠죠. 그럼에도 할매들은 이젠 송전탑을 뽑는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밀양에 있는 송전탑을 뽑아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어질 송전탑과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못하게 하겠다, 그리고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연대를 하고 있는 상태죠. 사실 송전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거든요. 서울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 태백, 울진, 부산에서 생산된 전기를 옮겨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용량 송전탑을 지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에서 쓸 전기를 일부 감당해주면 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전기를 굉장히 많이 쓰는 공단지역에는 공장 옆에 자가 발전기가 있어요. 그런데 정책이 바뀌어서 그걸 돌리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죠. 그러니까 전기에 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면 송전탑이 더 지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죠. 핵발전소를 여의도를 지으란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근교에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발전소를 지으라는 것이죠. 할매들은 그런 요구를 하면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 행정대집행 장면에서 소리만 사용한 이유는 <밀양아리랑>을 보면 앞에 많은 싸움의 모습들이 있잖아요. 때문에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상상은 우리가 경험한 6.11보다 더 심할 수도 있을 거예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소리로 배치를 했습니다. 상상의 극점까지 가보도록. 그리고 장면은 한전과 경찰이 무너뜨린 것이 무엇이냐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할매들이 농성장에서 밥을 먹고 생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랫동안 싸우면서 연대자들과 함께 만든 생활 공동체를 그들이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할매들에게 행정대집행 당시의 모습을 영화로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할매들은 왜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냐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행위는 할매들의 상처를 아물지 못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윤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 :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전작들은 보여 지는 그대로, 날것을 찍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밀양아리랑>의 경우는 행정대집행 장면처럼 감독의 작가적인 면들이 보여 졌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 : 저는 오히려 전작들이 제 욕심이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철저하게 날것을 보여주는 것이 저의 욕심이었고요. 이런 장면들은 제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를 처음에 만들면서 목표가 개봉을 한다는 것이었고, 개봉을 한다는 것은 조금 더 밀양에 대한 의미, 밀양과 우리의 연결성을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장치들을 넣었을 때 영화적으로 더 잘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이건 저의 작가적 욕심보다는 대중들과 조금이라도 더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생각하다 보니 이런 장치들을 넣은 거죠. 제 개인적으로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5 : 멀리서 왔는데 그만큼 값진 시간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밀양은 물론 많은 곳에서 국가로 인한 폭력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폭력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 질문은 영화 중간 중간에 시간이 거꾸로 가는 장면들을 봤는데 의도하신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 국가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뭘까를 생각해보면, 신경 쓰지 않고 우리끼리 재밌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뭉치고, 즐겁게 있는 모습을 국가는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할매들이 저에게 보여준 모습이 그런 모습인 것 같아요. 뭉쳐서, 즐겁게 노는 것. 그리고 싸울 땐 제대로 싸우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뭉쳐서 즐겁게 놀면서 살아가고 투쟁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그들이 굉장히 짜증내고 당황스러워 하겠죠.
두 번째 질문이 제가 하는 대중적인 방법인데... (일동웃음) 그런데 모든 장면을 생각하면서 배치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예 의도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감각적으로 생각한 것 같네요. 그리고 하나는 관객 분이 대신 이야기해주신 것이 있는데 이 답은 다음 상영회 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상영회 때 오시면 됩니다!
(일동웃음)
관객6 : 영화 잘 봤고요. 저는 학원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요. 얼마 전에 한 아이가 자기 아버지가 한전에서 일하는데 밀양에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가 밀양 사람들 때문에 자기 아빠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게 있어야 돼서 너무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보상금 받으려고 쇼하는 거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 말은 그 아이 머릿속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언론에서 보고 이야기를 하는 거겠죠. 저 역시 그분들이 힘들겠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밀양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지내시지 하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저도 그 아이에게 좀 더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은 밀양 주민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해집니다.
박 : 일단 그 아이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진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현실에는 그런 일들에 대해 진심을 다해 말해주는 어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심을 다해 말해주면 그 아이가 완전히 설득되진 않더라도 어느 순간 선생님의 말을 기억할 수 있진 않을까요? 저는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할매들의 경우는 그냥 6.11 상황이 끝나고 하루 정도 슬퍼하고 이틀 만에 다 같이 모여 울고, 3일 만에 연대자들이랑 만나서 울고, 그 다음 주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하셨거든요. 할매들이 고작 보상금 조금 더 받으려고 행정대집행을 겪고 나서도 그렇게 전국을 다니면서 활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절대적으로 보상금에 대한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몰랐다면 보상금을 받고 끝났겠지만, 그 동안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겪었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할매들이 대한민국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할매들 걸음걸음마다 우리가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단지 빚 때문만이 아니라 이건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매 순간 함께하진 못하더라도 조금 멀리서라도 가끔씩 함께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 : 사실 개봉 당일에 GV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부산에서 개봉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들어보면서 이 시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박 : 지금 여러 매체를 통해서 밀양 싸움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이렇게 밀양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매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힘든 게 사실이고요. 지금 영화 말로도 여러 가지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할매들에게도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분들과 함께!
**사진출처 : 국도예술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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