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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오지 ~ing

<밀양아리랑>, 시작처럼 끝맺기...

우선 밀양 상황부터...

52기의 송전탑 부지 중에서 48곳에 공사가 진행중이다.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101, 115, 127, 129번 송전탑 부지에 농성장을 짓고 밤낮 지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는건지 행정집행하겠다던 예정일이 지났음에도 농성장을 철거하러 오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는다. 안심할 수 없다. 언제 쳐들어와 주민들을 끌어낼지 모르기 때문에...

바닷 속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앞으로 있을 일 때문에 한숨 쉬고, 작은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날들의 연속이다.





밀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보다 안정적으로 싸움에 결합하고, 이곳에서 <밀양아리랑>의 편집을 끝내기 위해서다.

오지랑 작품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나갈까 고민한 결과, 기존 작품에서 활용하지 않았던 영화의 다양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생각중이고, 상황을 적절하게 의미화짓는 애니메이션도 고민중이다. 

그것을 말하기 전에 전작인 <밀양전>과 어떤 차별이 있는가?가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있다. 솔직히 딱히 어떤 차별이 있을까?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밀양전>을 편집할 때 어떤 목적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할매들이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송전탑 싸움을 자신의 경험으로 소개하면서 사람들에게 말걸기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다르냐고... 이렇게 말하면 달라보일랑가??

<밀양아리랑>은 밀양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를 파헤치는 영화가 될 것이다. 국가폭력이, 언론이, 765kV 송전탑이, 핵발전소가 어떻게 밀양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이걸 파헤치다보면 우리 역시 죽음으로 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죽음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될 것이다. 제발 어렴풋이라도 알게될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길바란다.




마을 뒷산에 송전탑이 세워졌다.

주민들은 슬퍼하기도 잠시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생강꽃을 따서 차로 만들어 투쟁기금을 마련하고, 맥문동을 연대자들과 함께 심으며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송전탑을 뽑는 싸움말이다. 송전탑 싸움이 끝난 것처럼 비춰지지만 주민들은 마치 시작처럼 끝맺고, 다시 시작을 외치고 있다.

그런 주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짐하게 된다. <밀양아리랑>은 주민들의 억울한 사연과 국가폭력에 짓밟혀 고통받는 것을 면밀하게 전하는게 주 목적이 아니라, 그렇게 짓눌렸음에도불구하고 공동체를 복원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려는 힘!!! 그 힘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가 되겠다고말이다. 아마 그 내용은 영화 말미에 살짝 비쳐지겠지만, 영화 전반에 흐를 그들이 땅을 대하는 자세와 송전탑을 막아내는 마음이 그 힘을 느끼겠끔 할테니... 그것 믿고...



영화제작과정을 알리는 목적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당부로 글을 맺는다.

여전히 밀양 주민들은 4개의 농성장에서 연대자를 기다리며 밤낮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송전탑이 들어선 마을에선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밀양아리랑>이 완성되려면 5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영화에 대한 기대를 밀양으로 연대해주는 발걸음으로 행해졌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