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다큐, 싶다

2017년 5월 30일 / 국도예술관






플레이온  Play on, 2017

감독 ㅣ변규리ㅣ 다큐멘터리 ㅣ 83분





시놉시스

라디오 DJ로 변신한 SK브로드밴드 통신설치·수리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 소식을 알리기 위해 <노동자가 달라졌어요!>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다. 하청노동자로 일하며 느끼는 서러움, 진상 고객들의 뒷담화, 꿈과 미래를 이야기 하는 이들에게 라디오 스튜디오는 또 하나의 삶의 무대다. 노동자들은 1차 하청업체의 정규직전환을 바라며 파업에 돌입한다. 6개월간의 파업 끝에 1차 하청업체 정규직이 된 이들. 그러나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다. 절반의 성공 앞에서 노동자들의 마음은 조금씩 복잡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노동조합 활동을 함께 했던 봉근은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저마다 독특한 케이블가이들의 사연이 전파를 타고 흐른다.







연출의도

‘잘’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구질구질 하고 솟아오를 구멍이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도전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모든 도전이 개인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로 결과를 남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의 결과로 함께 걸어갈 친구를 남긴다는 것은
구질구질 하고 솟아오를 구멍이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다시 도전하는 이유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선택한 이들과 함께하게 되어 행복하다.

프로그램노트

인터넷 라디오로 송출된 이야기가 보는 라디오로 플레이된다. 인터넷을 설치하던 기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노동자로서 연대와 투쟁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설치 기사들의 현장은 공장과 같이 서로 모여 일하는 장소가 아니라 골목과 전봇대, 주택과 옥상 같은 흩어진 일상 속 장소들이며 이들은 서로 떨어져 홀로 일을 한다. 라디오 PD인 감독은 듣는 라디오 <노동자가 달라졌어요>를 기획하고 보이는 라디오를 시작한다. 단 녹음부스 안의 보이는 형식의 라디오가 아니라 노동하고 일상을 사는 삶의 모습을 보는 라디오이다. 이 영화는 바로 보고 듣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보고 말하는 라디오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우선 감독의 위치를 구구절절 설명 없이도 그들 옆에 자리 잡아준다. 물론 감독은 카메라 뒤에 위치하여 언제나 한 지향점을 갖고 대상을 바라보지만, 보는 라디오에서 생성된 목소리들은 소리와 영상의 단일 지향성을 무너뜨리고 마치 스크린 가운데 감독이 있을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게 스크린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건은 동시적인, 즉 양방향의 독특한 관계성을 취득한다. 감독의 존재는 카메라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노동자들과 같은 톤으로 서 있는 것이다. 보는 라디오의 장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송출된 라디오 목소리를 영상으로 재배치하면서 흔히 인터뷰로 재구성되는 삶이 라디오 공동체 속에서 담백하고 내밀한 영화적 리듬을 가능케 해준다. 말하자면 보는 라디오는 이미 대상과 감독간의 관계의 자리를 안정시키고 나머지 여백들을 노동자들의 내적갈등에 할당할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보는 라디오는 강철 노동자가 아니라 갈등하고 번민하며, 때로는 수문장 알바를 하고 복귀투쟁의 방법을 고민하는 소소한 인간적인 모습을 포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현실의 투쟁은 삶의 속된 조건 속에서 복잡하게 구성됨을 영화는 재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는 라디오의 또 다른 장점은 투쟁이 끝난 뒤에도 대상과 더 친근해졌다거나 이별을 하며 소회를 밝히지 않고 라디오의 반복된 일정처럼 일상의 리듬을 관철하는 것이다. 투쟁에서 벗어난 동지도 이 라디오 부스안에서 재회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반복되는 일상의 리듬일 것이다. 관객들은 또한 그 덕에 감독이 만든 느리고 반복되는 호흡을 관조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라디오의 리듬을 영화적 장치로 쟁취함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다층적인, 반복되며 그리고 한결같은 리듬을 말-소리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집행위원
박경태






2017 인디다큐페스티발 개.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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