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다큐, 싶다
2017년 4월 25일 / 국도예술관
세 발 까마귀 The Three-Legged Crow, 1997
감독 ㅣ오정훈ㅣ 다큐멘터리 ㅣ 72분
시놉시스
1991년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 사건으로 구속되어 경주 교도소에서 무기징역으로 수감 중이던 박노해에 관한 작품. 그는 8.15 특사로 풀려났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그의 부재가 의미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시선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다각도로 묻고 있다.
프로그램노트
영화는 어딘가를 찾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이 달리는 차의 이미지는 여러 번 반복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이 혼재하는 극심한 과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질문’의 여정. 감독은 ‘시대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한 시대의 ‘상징’이면서 감옥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인 박노해의 삶의 궤적을 처음부터 되밟아 나간다. 그리고 ‘관념에서 몸으로의 변화’ 속에서 다시금 시작할 어떤 희망을 찾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질문’을 시작하지도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질문의 여정인 이 영화 속에 좀 더 풍요로운 영화언어, 즉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에 대한 모색과 실험에의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가령, 당국의 사노맹 수사 발표 장면에서의 사운드, 윤도현 공연 속에 틈입하는 집회 장면, 편집기 앞에 앉아 독백하는 감독 자신의 자기반영적인 모습 등). 더욱 흥미로운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근본적으로 같은 질문을 품고 만들어진 홍형숙 감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도, 예의 그 새로운 표현 형식에의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감성을 필요로 하고, 새로운 감성은 새로운 형식을 요구한다. 90년대의 대표적인 다큐제작 집단인 ‘푸른영상’과 ‘서울영상집단’은,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새로운 독립다큐의 시대를 예비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과도기’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세 발 까마귀>는 그 자신이 한국독립다큐의 ‘과도기’ 속에 자리 잡은 빛나는 이정표 중의 하나다.
변성찬/ 인디다큐페스티발2011 집행위원
Festival &Awards
제3회 부산국제 영화제 (1998)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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