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다큐, 싶다

2017년 6월 27일 / 국도예술관







강릉여인숙  Blacksoil Town, 2016

감독 ㅣ이재임ㅣ 다큐멘터리 ㅣ 34분






태백의 무성한 풀은 석탄의 흔적을 덮은 지 오래였지만, 할머니의 여인숙에 오는 이들은 아직도 검댕 묻힌 옛 광부처럼 얼굴이 없었다. 평화롭다기엔 무언가 빠져나간 듯 퍼석한 도시. 산 어느 귀퉁이를 파면 언제고 진득한 검은 것이 묻어나올 것만 같았다.

과거 번영했던 탄광촌의 쇠퇴처럼 할머니의 여인숙은 그늘져 있다. 한때 이 마을의 남자들은 대부분 광부였다. 광산업이 사라진 도시의 밤은 유흥업소의 네온사인으로 빛나지만 황량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손녀인 감독은 할머니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할머니의 삶 어딘가와 연결된 자신의 모습을 찾듯이 할머니의 얘기를 들어준다. (2016년 제7회 부산평화영화제/사무국 추천평)


연출의도

탄광촌이 카지노타운이 되어도 광부가 딜러가 될 순 없었다. 시내에는 ‘산업시대를 일군 산업 역군’이라 새겨진 기념비가 마침표처럼 단호히 솟았다. 영화는 부흥기의 탄광촌, 봉기하는 남성 광부들 이후 태백의 풍경을 담아낸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삶을 여전히 살아낸다는 점에서, 카지노 타운에 선 옛 광부와 낡은 여인숙 속 늙은 몸의 할머니는 닮아있다. 사라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때에 우리는 어떤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순환하는 밤  Cyclical Night, 2016

감독 ㅣ백종관ㅣ 다큐멘터리 ㅣ 17분





밤의 어둠 속에 유령이 다시 나타난다. 시간이 이음매에서 어긋나 있다.
(2016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연출의도

사람들은 뛰쳐나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얼굴과 눈빛을 가만히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 이곳에 없는 이들을 다시 불러내는 기록은 디지털 매체 속에서 다중적인 유령성을 내포하며, 기억의 ‘빛’은 절대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다르게’ 연결된다. 그 빛 속에 존재하는, 의심할 수 없는 시선이 ‘시간’의 벽을 뚫고 나와 말을 건넨다. 그 말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편지  The Letter, 2014

감독 ㅣ이현정ㅣ 다큐멘터리 ㅣ 16분






2007년, 19살의 후인 마이가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가 7년 후에 한국어로 읽힌다. 
(2014년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연출의도>
"어차피 당신은 내 편지를 이해하지 못할 텐데요." 이주의 시대, 뒤늦은 깨달음은 깊은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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