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중심으로 (감독_ 홍형숙)

 

 

 

 

  영화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서울영상집단의 창단 20주년 기념 DVD를 보았다. 독립영화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있는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우리는 그 중 1997년에 홍형숙 감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보았다.

당시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그들은 자신이 왜 영화를 하는지, 독립영화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독립영화를 보는 자신의 시각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하는 이유에 중에서는 '온전하게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매체니까', '재미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니까' 영화의 목적에 대해서는 '제도화 되어 있는 것에서 작은 빈틈을 찾아서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사법적으로 벗어난 방식' 등의 의견이 인터뷰를 통해 나왔다.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알게 해주기도 했다. 그 전에는 노동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주로 담았지만 점점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와 같이 그저 시골 학교가 사라져가고 있는 모습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과 민주주의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등 독립영화가 다양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느꼈다. 또 제1회 인디포럼에서 <파업전야>를 상영하다가 국가로부터 상영이 중지되는 장면도 나왔다. 영화를 본 노동자들을 위협하기도 하는 등 영화에 대한 검열이 심했던 시절(지금도 검열이 없지는 않지만)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위법여부를 관객에게 묻는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냈던 그 시절 영화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상계동 올림픽>의 감독이신 김동원 감독님의 인터뷰였다. 감독님은 사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처음 상계동을 찍으러 간 것이었다고, 하루만 찍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감독님은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단편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해 3년을 촬영하셨다고 하셨다. 우연히 마주친 현장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으로써 외면 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감독님은 '영화를 찍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또 다시 이런 모습들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카메라를 가장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동안 함께 그들의 상처를 지켜보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신 감독님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독립영화를 지향하고 있는 18회동 사람들끼리도 독립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했다.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창현이 누나는 영화에서 어떤 감독님이 말씀하신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매체니까'에 동의한다고, 자신도 그렇다고 말했다.(맞나요 누나?) 누나의 의견에 대해서 배일이형은 자신은 다르게 생각한다고 또 다른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그저 듣기만 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방향, 논란, 역사를 알게 되었지만 사실 정작 내가 가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 19년 인생에서 11년을 학교에서 보낸 나로서는 그저 영화를 좋아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영화의 힘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시간이 적었기 때문 인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겪을 여러 가지 경험들 속에서 나도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들을 찾아 나갈 것은 분명하다. 조금 더 공부를 해봐야 겠다. 영화도 많이 보고. 

 

 

 

 

글 한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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