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8會動

18회동 5월 모임, <하늘과 땅 사이> <리터니>

 

하늘과 땅 사이 2008 (감독 - 시몬 레렝 빌몽)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배경으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주인공으로는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꿈인 한 소년이 나온다. 소년은 자신의 스승과 함께 아찔한 묘기를 연습한다. 스승은 꾸지람을 하기도 하고 칭찬을 하기도 하면서 소년을 가르친다. 11살밖에 되지 않은 작은 소년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훈련한다. 스승은 소년을 꼭 안아주며 소년의 꿈을 지지한다. 공연이 있는 날에 소년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잠시 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막이 오르고, 어린 제자와 스승은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의 갈채가 쏟아진다.

주영이형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소년이 서커스를 하는 것을 보고 소년이 서커스단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을 영화로 찍은 것이 아닌지 짐작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는 약간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를 본 것에 대해서 새로움을 느꼈다. 아무래도 우리가 보는 영화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 대한 인식이 조금 굳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한민국이 다큐멘터리로 담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있는 나라니까. 하지만 사실 이집트도 대한민국 못지않게 혼란스럽고 위태롭지 않은가? 사회가 어떠하든 간에 이런 사적인 다큐멘터리도 존재한다. 이런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작은 에피소드도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느꼈다.

 

 

 

리터니 2009 (감독 - 마붑 알엄 펄럽)

 

 

  반두비의 카림으로 친숙한 마붑 알엄 펄럽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귀환자라는 뜻의 이 영화는 한국에서 고국으로 추방당한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숨은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노조 활동가이다. 그는 10년 이상을 한국에서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 두 명의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고국으로 추방당하고 만다.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머니와 재회하고, 태어나기 전에 고국을 떠났기 때문에 태어난 이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딸과 첫 만남도 갖게 된다. 이들은 가족과의 반가운 만남 후에 또 다른 추방당한 동지들을 찾아 네팔로 건너간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 다시 연대한 이들은 한국에서 이루지 못했던 그들의 뜻을 다시 이루기 위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

'동지', '연대', '투쟁'라는 단어들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위의 단어들을 일상적으로 쓴다. 자신의 모국어도 아닌 낯선 외국어인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인보다 더 친숙하게 위의 단어들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동지들끼리 연대하여 투쟁하여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가족들을 고국에 남겨두고 타지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만 하더라도 충분히 외롭고 힘든 것 일 텐데 이주노동자들은 또 다른 무엇과 싸워야만 한다. 정작 한국인들은 관심도 없는 일을 위해서 저 먼 다른 나라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았다.

 

 

글 한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