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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會動

18會動,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참가후기 - 김현아

 


'오지가 반만 쏜다!쏜다!쏜다!' 라는 프로젝트로 다녀왔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18회동 멤버들은 잘 먹고, 잘 보고, 잘 다녀왔답니다.
김현아 멤버가 그 후기를 남겨줬는데요.
 얼마나 좋은 경험들을 늘어놨는지... 도대체 이 프로젝트 누가시켜준거야~!!!
오지의 공동체 육성 프로젝트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됩니다~~~~~


 

 

 

제3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됐다. 그 때 기억을 되살리니 또 씩 웃음이 나고 즐겁다. 9월 23일 아침 7시 30분, 우리는 구포역에 모여 비몽사몽으로 서울행 기차를 탔다. 내 생애 첫 영화제 여행이었다. 떨리고, 기대되고, 어떤 영화를 볼 지 생각하면서 경기도 파주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영화를 봤다. DMZ 영화제에서 본 첫 번째 영화는 '권투도장'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반복적으로 보여 지는 권투도장 안의 사람들,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전개.. 사실 뭘 이야기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2박 3일 동안 10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봤지만, 모든 영화가 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들 중에는 깊이 공감했거나 재밌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영화도 있다. 예를 들어 '히라노 카츠유키'의 '감독실격'은 하루 종일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아주 내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불타는 사랑, 갈등,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의 순간까지 말이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과연 두 사람의 관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나치게 사적인 일들을 통해 감독은 사람들에게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고, 나라면 사랑하는 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에 절대로 카메라를 들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전거를 타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만의 이별의식을 치르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찍는 행위가 나에게는 거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영화를 본 많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그 감독을 이해하려고 해 봤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일본의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라던가 주제와 형식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그 영화를 본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사실 나에게 이 영화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


   또 인상 깊었던 영화는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다. 이 영화도 사적 다큐멘터리인데, 이 영화는 사적인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투기의 대상이 돼 버린 아파트, 사교육 문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삶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영화 안에 녹아 있다. 또 감독이 끊임없이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에 부딪치더라도 의견을 나누려는 지난한 과정이 의미 있게 보였다. '고양이 춤'이란 영화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인간이 독단적으로 만들어 놓은 아주 인위적인 공간 안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을 이유 없이 무서워하고 피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영화제 기간 동안 진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도 실컷 보고, 사람들과 같이 본 영화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매끼 맛있는 식사도 하고, 밤에는 영화보다 더 즐거운 담소시간을 가졌다. 영화를 만든 감독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또 오지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을(영진, 나경, 주미언니) 알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오지필름이 아니었으면 어찌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 박 감독님과 문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지가 쏜다!'는 나에게 '함께 하면 더 행복하다.' 라는 삶의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싸랑합니더, 오지필름!!!! 
                                                                                                                          ▲ 18회동 멤버 김현아 양






                        ▶ 완전 청명했던 파주출판단지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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