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 원래> 프로젝트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대운하’에서 출발한 불길한 기운은 결국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재앙으로 다시 태어났다. 1550km에 이르는 강 공사를 불과 2년 만에 해치우고 이제 2011년 6월 곧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 70%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 70%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왜 이다지도 조용한 것일까. 그리고 그 70%에 속해 있을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은 무엇을 해 왔나.

2009년 8월, 4대강 공사를 앞두고 전국의 미디어활동가들은 병산서원의 낙동강변에 모여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아직 본격적으로 삽질이 시작되지 않았고, 파괴의 실상이 눈앞에 드러나지 않았다. 재앙의 실체가 나타나기 전에는 이 사업의 심각성도, 기록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파괴되기 이전의 원형의 강을 기록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음을 만신창이가 된 강을 지켜보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4대강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사업이 왜 재앙인지 분명해졌다. 인터넷과 소수의 매체들을 통해 강물 속에 시커먼 콘크리트를 들이 붓고, 시뻘건 황톳물로 변해버린 충격적인 강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공사현장을 기록한 영상도 유튜브와 다음TV팟 등에 업로드되었다. 지율 스님은 날마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메고 현장을 누비며 기록하고, ‘초록의 공명’ 다음 까페(http://cafe.daum.net/chorok9)에는 이 강의 기록들이 날마다 올라온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 지역 미디어활동가 단체인 평상필름(http://www.psfilm.net/blog)은 <낙동강의 피눈물> 시리즈를 기획하여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알려 나갔으며 현재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에 있다. 푸른영상이 제작한 <강의 진실>은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상영과 인터넷 배포를 통해 4대강 문제의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냈다. 푸른영상 다큐감독들은 지금, 남한강, 낙동강에서 1년여 가까이 강과 사람들을 찍고 있다(http://cafe.daum.net/docupurn). 남한강 팔당 농민들은 가장 전면에서 정부와 맞서 싸우고 있고, 이 농민들의 투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다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조직적으로 영상을 기록하는 활동 외에도 환경단체, 지역사회단체, 문화단체, 대학생, 개인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강을 순례하고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러한 영상들이 사회적으로 4대강 반대 여론을 이끌어내는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의 언론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MBC <PD수첩>과 최근 KBS <추적60분>의 4대강 관련 프로그램이 연기, 결방된 것은 드러난 상징적 사건일 뿐, 보도 통제는 민간인 사찰만큼이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4대강 관련 영상들을 특별상영한 서울독립영화제에 대해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한 데에서도 확인되듯, 현 MB 정부는 4대강 반대를 이야기하는 모든 언로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 마치 4대강에 ‘보(댐)’를 세워 물길을 막듯이, 정보들을 사전 통제하고 확산을 막는 전략이다. 이 소통 통제 전략을 뚫는 일, 즉, 필요한 정보들이 빠르게 교통하고 공론들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일은 4대강 현장에서 공사를 막는 싸움만큼이나 중요하다.

한나라당 의원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빗대 “임신 5개월 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낙태하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라 해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의 그 저열한 망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이미 늦었다는’ 패배감이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였다. 금강, 낙동강, 남한강, 영산강 4대강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 그리고 서울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알리는 거리상영 및 퍼포먼스 활동을 하고 있는 인디보(http://blog.jinbo.net/indiebo) 자원활동가들이 초동 모임을 구성하였고, <4대강삽질반대영상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파괴된 강과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할 것이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의 본질적 문제를 강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찾아보려 한다. 강을 한낱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강을 터전삼아 평생의 삶을 일궈온 농민들도 있다. 가까이 강이 있어도 강이 거기 있는 줄 몰랐던 무심한 도시민들이 있고, 그들의 다른 한편에선 사라지는 강을 지키고 기억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강을 찾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골재노동자들은 1년 넘게 거리 농성을 하고 있고,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감내하며 강을 파헤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고 죽어가는 강과 그 곳의 생명들에게는 묻지 못했지만, 사람들에게는 물으려 한다. 4대강 사업이 당신들에게 무슨 의미냐고 말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시 나에게, 우리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당대의 문제로 절대 끝날 수 없는, 그래서 더더욱 역사적인 사건인  4대강 공사, 우리는 그 누구도 방관자가 될 수 없고, 그 현장에 모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나의 문제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있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소통과 말 걸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을 다시 형성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파를 가지고 있지도, 큰 방송국도 없다. 결국 우리의 소통 통로는 아직은 덜 통제받는 인터넷과 직접 발로 뛰며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점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릴라식 소통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물과 물길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영상들과 자료들을 무한 퍼다 나를 수 있는 웹사이트(우물)와 다른 곳들을 연결하고 상영과 토론을 조직하는 네트워커(물길)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현재의 프로젝트팀을 넘어서 다양한 단체와 조직, 사람들의 협력과 연대가 무척 중요하다.

수많은 실개천과 지천들이 모여 4대강을 이루었듯이, 이 프로젝트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작은 목소리들을 모아 큰 목소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겨울, 강에 다시 찾아올 봄을 준비하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비엔호아(2011)


시놉시스
우린 추억을 담으려했다. 그런데 너무 변해버렸다.

장르 다큐멘터리
시간 13분 40초
포맷 HDV
Color
제작 미디토리 오지필름
기획 <江,원래> 프로젝트 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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