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저 모습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걸까?’
고백하건데, 주현숙 감독의 <가난뱅이의 역습>을 보는 내내 나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보통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 내 나름대로의 예상과 기대를 가지고 본다. 단순히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메시지를 나에게 던져줄지에 대해 나름의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그 상상이 이따금 카운트 펀치를 맞는 때가 있는데, 실로 오랜만에 <가난뱅이의 역습>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
<가난뱅이의 역습>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주거공동체 ‘빈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미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해진 책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역습’이라는 단어에 꽂혀 버렸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빈집’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고 날리는 통쾌한 한방 같은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난뱅이의 역습>은 ‘빈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토론과정을 끈질기게 쫓을 뿐이다. 심지어 그 과정이 즐겁지도 않다. 함께 살아가기를 꿈꾸며 모인 사람들이지만 저마다의 생각과 가치관이 부딪혔고, 현실적인 어려움은 늘 그들의 등 뒤에 서 있다. 어떠한 결론도 나지 못하는 회의가 연속 되고, 적막이 감도는 자리에서 입을 다문 채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과 불편함이 몸을 뒤틀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그 과정을 놓치거나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감독의 고집이다.
<가난뱅이의 역습>에서 세상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보고야 만다. ‘빈집’의 사람들은 집을 갖기 위해 살아가는 삶을 거부한 대신, 함께 살기 위해 몇 배는 더 고군분투하는 삶을 택했다. 이런 모습은 누군가에겐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지난하고 치열한 토론의 끝에서 결국 얻어내고 마는 합의는 불편한 과정을 견디고 이뤄낸 이해의 순간이다. <가난뱅이의 역습>은 함께 하는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음을 우직하게 말하고 있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면 이해의 순간은 오지 않는다.’
언젠가 SNS에서 본 글귀다. <가난뱅이의 역습>을 보고 난 후, 저 문장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돌아서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을 해보자는 작은 다짐을 해 본다. 그 과정을 지나 찾아올 이해의 순간들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그리고 지금도 밀려드는 어떤 ‘불편함‘들과 맞서고 있을 ‘빈집’의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역습이란 게 별건가! 그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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