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0일.

8시 30분 버스가 영주로 출발하려는 순간 문감독께서 버스에 오르셨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모습에 '이 워크숍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번 워크숍은 내년 오지필름이 집중 할 <사라지는 것들>의 내용을 구상하고 어떻게 찍을지 생각해보기 위해서~ 영주댐이 들어 설 곳에...아니 이미 들어서버린 곳에 가 보자는 것이었다.

영주댐이 들어 설 곳은 문감독님의 조부모님이 사셨던 곳이라 어렸을적 추억이 많은 곳이다. 현재 큰아버지가 보상금을 받기 위해 상주하고 계신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낙동강의 수질관리와 수량확보를 위해(갈수기 때 수량이 확보되지 않아 수질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땅투기꾼들이 투기를 할 새도 없이, 주민들과의 합의 과정도 없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하지 않은 채 급하게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장에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해야 할 답이 있다."

는 웁스큐라의 믿음을 믿고 다함께 출발!!!

 

 

▶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일개감독과 웁스큐라


강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내성천, 포크레인이 모래를 파내고 있다.

 

▶ 고드름과 사라지는 강.

 

 


영주댐과 물이 차 사라질 땅을 둘러보고 든 생각은

"이렇게 작은 댐이 저렇게 많은 땅을 물에 잠기게하고, 이리도 많은 사람들을 고향에서 내쫓는 건가?"

놀라움과 한숨이 동시에 섞여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강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내성천은 영주댐이 들어설 경우 사라지게 된다. 강의 원형은 바다처럼 강가에 모래사장이 있고 굽이굽이 물이 꼬여흐른다, 모래들은 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생명들에게 안락한 휴식을 준다. 특히 내성천의 모래는 여느강의 모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곱다. 모든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자들은 내성천 모래의 활용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내고 있는 중이다.



기찻길엔 더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다.



사라질 곳을 둘러보고, 떠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우린 계속해서 다큐멘터리에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담을까를 고민했다. 솔직히 조감독인 난 영주댐 건설을 막을 수도 없고, 이미 주민들은 고향을 지킬 의지를 상실한 지금 우리의 카메라가 2년 이상 머물며 이곳을 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왜 우린 이곳을 담아야 하는가? 왜 다큐멘터리를 찍나?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문감독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머무는 곳. 평리마을엔 모두 떠나시고 두분만 계신다. 문감독이 상주 할 곳.

   그리고 곧 사라질 집.


 

문감독님 큰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을 거하게 먹고, 큰아버지가 따라주신 술을 거푸 들이키곤, 숙소로 향했다.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문감독님은 머리를 감싸기 시작하셨다.

"아무 생각 나지 않는다. 큰 어머니 아버지는 고향을 지켜야한다는 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찍어야 이야기든 의미든 나올 것 같다." 하시며 한숨을 푸욱 쉬셨다.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왜 하는 걸까요? 왜 우린 영주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어야할까요?"란 질문에 문감독님은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왠지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찍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찍는 느낌이든다."는 말에 문감독은 크게 화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를 찍기 위해 대상과 지역을 선정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스타일을 고민한다는 말,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말인가.... 우린 '왜 이곳이고, 이 사람인가?'의 대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머리를 감쌀 수밖에 없는 지점....



문감독의 고뇌가 방안을 가득채웠다.


 

웁스큐라는 자신이 믿고 있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던 시간이라 말했다.

"우리가 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윤 문감독이 처음 우리에게 영화를 해야겠다고 말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다큐멘터리의 역할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며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렇다!! 다큐멘터리의 역할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만으로도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국가의 폭력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담는 것, 말하진 못하지만 울고 있을 자연을 담는 것, 언젠간 다시 복원이 될 때 원래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이 다큐는 의미가있다. 

옵스큐라는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댐이 지어지는 과정을 배제하고,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사라질 것들, 떠나는 마음들을 디테일하게 담으면 효과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표현 방법이란 생각이든다. 결정은 문감독의 몫!!!


<사라지는 것들>은 이제 시작이다.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하는 이유, 우리가 이곳을 담아야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나갈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쉽지 않겠지.... 쉬우면 재미 없으니까, 문감독님이 머리를 감싸는 것처럼 치열하게 재미나게 해나갈 것이다.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함께 우리들에게 다큐멘터리의 의미를 이야기해보자!!!




 

 

 

BONUS!

 



▶ 일개감독과 문대표의 결투 ! 과연 승자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