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다큐, 싶다

2017년 11월 28일 / 국도예술관






스물 다섯 번 째 시간  The Memory of The 25th Hour, 2016

감독 ㅣ김성은ㅣ 다큐멘터리 ㅣ 78분




시놉시스

2015년 1월 31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관사 공사장 앞의 농성천막과 망루가 17시간의 저항 끝에 철거되었다. 주민과 연대자들이 100일 동안 함께 지켰던 이 공간은 투쟁의 거점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심적으로 연결시켰던 연대의 장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미사천막과 삼거리 공동식당도 기지 확장과 우회도로 건설로 인해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2012년 구럼비 발파를 시작으로 강정마을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해 그들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추방되어왔지만, 매일 어제와 다름없는 저항의 일상은 계속된다. 이 영화는 그 반복 안에서 서로를 비추는 시간에 주목한다. 그 시간은 강정 주민들의 지난 9년을 향한 기억의 투쟁인 동시에 그 일상 속 개개인에게는 모호한 미래에 대한 불복종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연출의도

2013년 3월, 구럼비 발파 1주년 즈음 기지 공사가 한창일 무렵 강정에 처음왔다. 많은 연대자들이 이미 마을을 떠난 후였고 차차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심적으로 멀어져갔다. 나의 첫 질문은 왜 이들은 끝난 싸움을 지속하는가 였다. 이후 방문자에서 연대자로 그리고 이주민으로 변해온 내 시선이 반영된 영상을 기록하려 했고 그것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장소가 사라질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기록은 시간의 매체인 영상에 보다 적극적인 기억의 역할을 부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거울처럼 반복되는 강정의 일상이 해군기지반대운동의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을지라도 누군가가 정해놓은 미래에 안주하지 않는 저항의 시간 언저리에 그 능동적 기억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노트

‘기억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태를 두고 ‘기억한다’ 또는 ‘기억하겠다’고 말할 때 우리의 기억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태가 벌어진 바로 그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인가. 더욱이 사태가 벌어진 바로 그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사태 이후의 시간을 사는 우리들은 그 것을 기억한다고, 기억하겠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얼마간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재구성된 기억은 나의 기억이라 말하겠는가. 김성은 감독은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질문들을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돌파한다. 감독 앞에 놓인 사태라고 하면 이것이었다. 제주 해군기지 유치를 놓고 치러진 주민 찬반 투표 이후, 제주를 지키려는 이들의 투쟁. 그 기억됨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고립된 내부에서의 시간은 외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외부로 쫓겨난 사람들은 다시 그 고립으로 자진해서 돌아와 그 시간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그 시간의 주변에서 반복된 동선들이 만들어낸 기억이다.’ 미디어를 통해 제주 밖에서 보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대부분 비슷한 그림들일 경우가 많다. 싸우고, 소리치고, 맞서고, 막아서는 장면들의 연속. 하지만 운동의 현장 속에서는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셀 수 없는 그림들이 있고 반복되는 운동 안의 변화가 있다. <스물다섯번째 시간>은 현장의 시각을 쪼개서 들여다본다. 또한 그 시각들의 나열은 순차적이지도 않다. 25시에서 13시가 됐다가 24시가 되고 10시30분 됐다가 5시58분이 되기도 한다. 매 시각마다 카메라는 제주 곳곳에서 구럼비를, 제주 강정을 해군기지 건설로부터 지키려는 이들의 운동을 기록했다. 매 시각마다 서로 다른 모습들은 결국 거대한 그림 속에서 이어진다. 영상은 흑백이었다가 컬러가 되기도 하며 제주 강정의 지킴이들의 목소리와 감독 자신의 내레이션이 섞여있기도 하다. 영상과 사진의 콜라주, 실험극과 현장 다큐의 크로스오버도 보인다. 실제로 그때 강정의 시간이, 강정에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이, 영화의 이 뒤섞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감독의 말을 빌려 보고 싶다. ‘내 몸이 피사체와 멀어질 때 나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라진 공간을 담았던 카메라 그 프레임 밖의 기억’, ‘나에게 강정에서 산다는 것은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기억에 의지할 수 있는 믿음이다.’ <스물다섯번째 시간>의 ‘기억하기’라는 커다란 질문에는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까지도 포함됐다. 기억을 하는 존재로서의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것이다. 강정의 원 모습은 사라진 현재, 강정은 감독의 말대로 ‘개개인의 몸 속에 각인된 시간’으로서 기억되고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프로그래머
정지혜

[출처 :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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