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최근 영화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 부산에서 독립다큐멘터리영화제 만들 거야!” .

뭘 또 그렇게 까지, 니 영화나 잘 만들어.”, “영화제는 많을수록 좋은 거지.”

사람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난 분명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있진 않다. 지금 현재 내가 가장 잘 활용 할 수 있는 도구는 영화다. 그 영화로 세상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내가 바라본 세상과 변화를 이끌려는 사람들을 담는 것뿐이다. 난 궁극적으로 영화와 예술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져야한다고 믿는다. 그 변화가 개인이든 공동체든 상관없다. 난 내가 영화를 잘 만들어 내가 만든 영화가 변화의 중심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불행하게도 나 역시 약간의 이성이 있는 녀석이라 내 영화 한편으로 세상이 바뀌기엔 이놈의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하단 걸 안다.

침대에 누워, 길을 걷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그럼 세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아니 그런 힌트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본 결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을 찾은 것이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담아내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자의 역할. 지금 내 깜냥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부산에서 영화로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여러 움직임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달에 한번 마지막 주 목요일 730분에 부산교육대 근처 공간초록에서 진행되는 초록영화제이다.

5년 전부터 진행 된 초록영화제는 환경, 인권, 노동 등의 주제로 영화를 매개로 시민들과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다. 2년 전부터 영화를 수급하고, 관객들과 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2년을 진행해오면서 보람도 있지만 한계도 많이 느낀다. 가장 큰 한계는 관객이 30명 이상으로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과 영화로 소통하길 바랐던 처음 목표가 사라지고, 점점 행사를 진행하는데 급급한 것 아닌가라는 회의감도 가끔 들기도 한다. 관객이 들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공간초록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본이 없어 홍보가 부족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요인은 초록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해결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독립다큐멘터리영화제가 초록영화제의 한계를 극복 할 수 있을까? 했을 땐, 또 그렇지만은 않다. 3일에서 5일 동안 열리는 영화제가,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해 사람들에게 인지도도 없는 영화제가 초록영화제가 담으려했던 의미를 모두 대체 할 순 없을 것이다. 단지 난 독립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소개 된 영화들이 초록영화제처럼 공동체 상영을 준비하는 곳에서 또다시 소개 되어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는 것을 기대한다.

최근 부산에선 초록영화제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공동체 상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공간 통, 백년어서원, 카페 헤세이티, 인디고 서원 등 특정 공간을 거점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상영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비롯해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교실까지 공동체 상영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어떤 작품을 선정해야하는 것이다. 독립다큐멘터리는 개봉하기도 힘들지만 개봉해도 퐁당퐁당 상영이라 찾아보기도 힘들고, 많은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리지만 독립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긴 쉽지 않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도 한국독립다큐멘터리는 4-5편 소개 됐을 뿐이고, 찾아보려면 수도권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독립다큐멘터리라는 존재는 알고 있지만 실체를 찾기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독립다큐멘터리영화제가 실체를 확인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론 영화제에 많은 관객들이 찾고, 그 속에서 소통하는 장이 되어야겠지만...

 

독립다큐멘터리영화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해야하고, 돈도 확보해야하고, 공간도 찾아야하고... 이것저것 내가 예측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하려면 내 영화를 찍는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제로, 뭔지 모르게 굳게 고정된 세상에 조금의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의미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아직 설익은 생각이지만, 독립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립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의미가 세상에 많이 소개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독립다큐멘터리를 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다 보면 나와 우리가 조금씩조금씩 바뀌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심스럽지만 첫발을 내딛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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