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필름은 신고리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북경남지역과, 전국전력수송체계를 원활히하기 위해, 현재 건설되고 있는 765kV 전력을 옮기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에 들어가 은폐되는 진실이나 막무가내로 자행되고 있는 현 사태를 카메라 담고자 9월 한 달을 오지인 셋이서 돌아가며 결합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는 8월 31일 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한 것입니다.

 

 

 

 

 

2012년 9월 7일

 

 

9시, 밀양에서 맞는 첫날, 어제의 평온함은 없다. 김밥을 먹고 있는데 단장면 동화전 이장님이 경찰에 연행 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유인즉 포크레인 근처를 배회했다는 것이다. 공포를 조장해 주민들의 손과 발을 묶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의지다.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 이정도 일로 물러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단걸 모르는가보다. 화창한 날씨,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11시, 공사를 막기 위해 올라갔던 주민을 개처럼 포박해서 묶어놨다. 경찰도 아닌 민간인이... 묶인 사람은 현행범으로 범죄자가 됐고, 묶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현행범이 아니란다. 경찰은 인부들의 진술만 증언으로 채택해 수사중이다...

 

 

 

8시, 100여분들이 모여 금요미사를 보고있다. 농사짓던 손에 촛불 하나 들고 "송전탑 건설 저지 운동은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지쳐도 지치지 말고 새로운 법,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신부님의 말씀이 무겁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이분들의 의지와 우리들의 연대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다. 이들의 믿음처럼, 우린 그저 연대하자~~

 

 


 

 

 

2012년 9월 8일

 

10시, 아침에 공사 자제 이동하려는 걸 성공적으로 막고, 지금은 짜탕파뤼~~ 금정산막걸리로 입가심 중!!! 약속만 안했으면 한잔 들이키고 천막에서 퍼질러 자고싶은데~~ 냉수 한잔하고, 투쟁현장 월동 준비한다는데 힘 쓰러 고고씽~~

 

 

 

14시, 동화전 송전탑이 들어 설 곳,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동화전은 밤이랑 대추가 좋은데 지금이 거둘 시긴데 여기 와있어. 올해 농사는 우리 먹을 것만하고 이거 막아야지. 근데 이라면 막을 수 있겠어요?? 우야둥둥 좀 막아주소."

할머니 말씀에 잠시 머뭇거리다 "꼭 같이 막아요~~^^;" 대답했다.
밤이 되면 산은 춥다. 그래서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구들장을 놓는단다.
"오늘 아침엔 나 혼자가 아니라 밀양 시민들이 내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것 같더라~"
어제 개처럼 묶여 있던 김정회님의 말이다.

함께 항의해주고 자신을 기다려준 주민들에게 큰 감명을 받으신듯!!!
함께하는 것의 힘!!! 우리도 행동하자~~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2012년 9월 9일

 

12시, 전북에서 온 기자 설영!!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어르신들.

한분이 무슨 말을 하기면 "아이지 아니야~ 그게 아니고 이러이러한거야~" "그런가??"

7년 동안 이어온 지루한 투쟁! 아련할만한 기억인데 날짜까지 말하시며 디테일하게 말씀해주신다.
전남대 학생들이 방문해 농성장은 왁자지껄하다~ 이 사람들 왜 날 취재하는 거야~~ㅠㅠ

 

 

 

18시, 오늘 저녁은 어르신들과 함께!!!

매콤한 된장과 호박잎 그리고 정구지까지... 밀양 들어온 이후 밥다운 밥을 먹었다.
어둠이 오면 촛불을 켜고, 행여나 공사자재를 나를까봐 밤잠을 줄여가며 지키신다.

이분들의 투쟁이 이 사회의 작은 촛불일 것이다.

화려한 네오사인에 묻혀 그 의미가 가려있지만, 어르신들이 켠 촛불의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2년 9월 10일

 

2012년 1월 16일 새벽, "내가 죽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며 백발이 무성한 농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공사는 중단 되었고, 100일간의 조정기간을 가졌다. 총선이 끼어있던 100일 동안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고, 6월부터 다시 공사를 재기하고 있다.
이치우 어르신이 사셨던 보라마을에서 동생 이상우 어르신과 이종숙 이장님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신다.
"150명씩 한꺼번에 오지말고, 10명씩 매일매일 와서 같이 싸워줘야해~ 그럼 막을 수 있어!!"

긴 싸움에 이미 전략전술가가 다 되셨다.
6월 공사가 재기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각 초소에선 가장 먼저 휘발유를 준비했다.

"이치우 어르신이 왜 죽었는지 이해가 간다." 는 말을 들었을 땐 죽어도 막는다는 의지로 생각하기엔 불안한 맘이 컸다.
어르신의 말처럼 하루에 한두명만 함께해준다면 제2의 이치우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송전탑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9월 11일

 

밀양 도착 후 일이 터지든 그렇지 않든 늘 긴장하고 촉을 세우는 날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아무 일 없을 거란 기대에 기대어 하루 종일 편집작업을 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

밀양은 송전탑만 아니면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다. 내가 묵고 있는 너른마당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밀양강을 낀 공원이 있다. 넓게 깔린 잔디 위에서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며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나 역시 하루를 마무리 할 땐 이곳에 나와 잔디에 눕는다. 하늘엔 별이 보이고 이따금 칙칙폭폭 기차가 달린다.
과격분자로 분류된 어르신들은 이런 여유를 즐기기 위해 밀양을 택했다. 도시에서 상처 받은 심신을 달래고 자신들의 마지막 여생을 맞이하기 위해 '청정도시 밀양'을 찾은 것이다.

7년이 지나는 동안 어르신들은 투사가 되셨다.
"배일아 남들이 보기에 한전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과격해보이나?"
"제 눈에는 아름다워 보여요."
"평생 욕한번 안한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이 너무 싫다."
송전탑을 막는다고해서 이들의 상처가 치유될까? 이 투쟁이 끝나면 가장 먼저 과격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들의 상처부터 치유 받아야 할 것이다.

내일부터 어르신들은 단장면에 있는 바드리 마을로 향한다. 이분들의 한서린 목소리가 바드리 마을을 채울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을 정도로 찌저진 목소리지만 이분들의 말에 귀기울여야한다. 그리고 이 투쟁이 승리로 마무리 되고 소를 잡는 그날 우린 이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린 그럴 의무가 있다!!!

 

 

 

글, 사진 일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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