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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오지인

오지인, 이승훈 받으십시오!


To. My 마누라

8미리 카메라가 집에 있어 자연스레 카메라 감독 되는 게 꿈이 되었다던 당찬 고백 뒤에 펼쳐진
너의 원숭이 퍼포먼스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시퀀스로 남아 있다.
우리 머리가 닿는 다락방이 있는 낡은 술집에 빈 술병은 널부러져있고, 내 혀는 꼬여가고, 대화의 주제는
이성에서 다시 꿈과 미래로 돌아왔는데 내 속은 점점 뒤집히고 술을 자제하던 너는 늘 우리 뒷 수발을  도맡았었지.
대학 시절 너의 어깨를 가장 많이 빌린 나는 널 마누라로 임명했었다.
군대시절엔 널 먹인다는 일념으로 무채를 썰고, 고기를 자르고, 삼겹살을 굽고, 닭고기를 튀겼었다.
지하 보일러실에서 우린 영화에 대해 고민했고, 지금은 떠나버린 여친과의 미래를 꿈꾸며 MAXIM을 탐독했었지.
첫 휴가 나왔을 때 김포공항에서 추리하게 몰골에 모자엔 짝대기 한개 박힌 군인 둘이 쪼그려 앉아 카스테라 먹고 있는 뒷모습을 풀샷으로 잡아보면 생각만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말년휴가 13일 남겨놓고 여친 떠났다며 애써 웃던 네 모습도 떠오른다.



전역 후 영화를 독파하겠다며 상경해 우린 6개월 동안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과 함께 골방에 갇혀지냈지.
영화보단 여자를 독파하겠다고 뛰쳐나갔던 날 잡아준 것도 너였다.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입학했다는 니 말은 믿을 수 없으나
인대 농구대회를 2등으로 이끈 건 우리 둘의 환상 호흡 때문이었다.
'유인몽'을 만들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골 싸멨는데 결과를 보고 '처...처...처음이니까~'위로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미디어 교육 교사가 되겠다던 너의 고백에 흥분해 꿈을 배신한 찌질남으로 몰아세웠던 거 사과한다.
함께 영화 작업하기 위해 만들었던 필름모아를 떠난 것, 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미디토리에 너만 밀어 넣은 것..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것 같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이웃과의 소통과 공동체와의 연대를 고민하는 우리 모습이 신기하기만하다.
여전히 꿈이란 놈 때문에 현실을 뒤로 제치고 있는 우리가 무모해보이지만
속으론 늘 엄지 손가락 내밀며 응원하고 있다.
며칠 전 버스에서 내 삶을 인정하지 않는 여자와의 교제는 절대 반대라던 니 모습 때문에 내 삶에 작은 용기를 얻었다.
드디어 너도 서른이 되었구나. 서른의 숫자만큼 무거워진 네 책임감에 가끔 안쓰러울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면 씩씩거리고 화낼텐데 대책 없는 오지랖으로 잘 견뎌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음.... 뭔가 애기하려는데 갑자기 눈에서 물 비슷한게 흘러내린다. 여기 도서관인데....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애기하려한다.
음.... 지금까지 내 옆에서 같은 보폭으로 함께 걸어와줘서 너무 고맙다.
비탈길 혼자 걷던 내게 네가 다가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은 덜 행복했을 것 같다.
음.... 우리가 살아온만큼 보다 더 많은 시간...아니 이제 죽는구나 싶을 때까지 함께 걷자 친구야!!
사랑한다는 말 술 한잔 하고 직접 이야기할꾸마. 건강하자!!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요 ... 제 맘대로 도용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


Dear. 승훈선배

졸업 이후에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요.. 남자친구한테도 못쓰는 편지 .. 선배한텐 벌써 2번째...
선배를 알게 된지 5년하고도 15일 정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스토커는 아닌데.. 얼추 계산해 보니 그정도 되었네요..  학과 동아리 신입생 모집차 면접을 봤고, 그렇게 V-Lab.(Visual Laboratory)이라는 영상동아리에서 선배를 처음 뵈었지요. 꼬꼬마시절 철없던 모습만 보여드렸던 선배님께 오지필름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쓰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말들을 풀어야 할지 쑥쓰럽기만 합니다.

저한테 승훈선배라는 존재는 .. 이 편지를 써서가 아니라 정말 선배이상, 친오빠같은 그런 존재에요.
말은 잘 못했지만, 아니 거의 안했지만 여러가지로 많이 의지했던거... 아시죠?  그동안 너무 티나게 의지했었나요?
하하하

요즘 미디토리업무에, 끝나면 학원수업까지 몸이 열두개라도 모자란 선배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배일선배와 여러 이야기 나눌 때 선배도 함께있으면.. 제 개인적인 욕심에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것 처럼, 제 고민을 말하고, 또 눈물, 콧물, 웃음 꽃을 피울텐데 하면서 혼자 아쉬워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못나눠서 그런지, 요즘 선배와의 술 한 잔이 간절 합니다. 조만간 한 잔 하자시던 선배 말이 떠오르네요. 술사주세요..

지난 1년, 잠깐동안, (저는 잠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선배를 못뵜을 뿐인데, 그동안 세상도 많이 변했고, 승훈선배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나이에 3자가 붙어서 그런가요? ㅎㅎ 더 좋은사람, 누군가에게 큰 힘이되는 사람이 되어계셨어요. 사실 어떨 땐 딴사람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멋진 사람이 되어가시는 선배모습을 많이 목격? 하면서 , 더 존경스럽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는 스스로 다짐을 합니다. 

배일선배편지를 읽으면서 제가 다 눈물이 났는데,  저는 배일선배만큼 감동적인 편지는 못쓸것 같아요 ..

앞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 선배한테 감사하다는 표현을 두고두고 해 나가겠습니다.
그래도 되지요?

싱그러운 봄이 온줄 알았는데, 이웃나라의 안타까운 소식이나, 봄이라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힘이날 겨를이 없는거 같아요..그래도 이 편지 통해서 다시 한 번 선배 스스로 심기일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늘 마음 속에 엄지손가락 치켜 올리고 승훈선배 응원하고 있을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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