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침묵>이 제 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발(이하 네마프)에 초청되어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네마프는 영화제와는 달리 이야기와 주제를 자신만의 미디어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함께 나누는 곳입니다. 네마프에선 이를 대안영상 혹은 대안미디어라고 명명하고 있는데요. 작업 하나하나가 기존에 흔히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주제와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한 예로 마누룩스의 <지워진 얼굴>은 CCTV 담긴 한 여성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사람들의 얼굴이 지녔던 힘과 역사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낯설음에 당황했는데, 두고두고 곱씹게 만들면서 내가 체험한 걸 다른 감각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확인하시려면 아래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nemaf.net/bbs_shop/read.htm?board_code=sub6_5&idx=28173&cate_sub_idx=0

 

박진희 관객구애위원의 <깨어난 침묵> 리뷰입니다

'영화는 침묵과 그 뒤로 흐르는 초침소리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들의 얼굴을 담고, 우리는 그들의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모습의 그들은 부산 생탁 막걸리 공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노동자들은 상식적인 노동 환경과 인간다운 처우를 바라며 어렵게 침묵을 깨뜨렸지만 그들은 사측에도, 공공기관에도, 같은 동료에도, 심지어 가족에게까지도 외면당한다. 이 영화는 그런 노동자들의 이야기, ‘투쟁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그들이 노숙 농성과 고공 농성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노동의 결과물로 살아가지만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흔히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우리가 그들의 얼굴, 이야기를 영화에서처럼 그토록 가까이서 접해본 적이 있던가. 영화는 그러한 생생함을 통해 그들의 외침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현실임을 말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단결을 외치던 그들과 그 옆을 무심히 지나치던 우리 사이의 차이는 그저 지극히 우연하고도 사소한 한 끗 차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일이 되었을 수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우리는 너무도 인색했으며, 그 아픔에 우리는 너무도 무감각하다. 힘들게 깨어난 침묵은 반복되는 무감각 속에서 다시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고, 시간은 예전과 같이 계속 흐르고 있다.'

 

 

페스티발 마지막날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깨어난 침묵>이 한국 영화에 주는 '글로컬 한국 최고구애상'을 수상했습니다~~ 페스티발에 초청 된 것도 영광이었는데 상까지 받아서 더더더 기뻤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한국의 노동문제로 읽히지 않고 인류가 보편적으로 거쳐온 노동 문제를 잘 담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지필름이 기쁨을 나누는 방법은 주인공들과 밥을 나눠 먹고, 소정의 투쟁기금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분들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셨습니다.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나도 새롭게 기쁜 것 같네요...

추석이 다가오는데 하루 빨리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 결과가 나와 공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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