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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행동

오지가 함께한 희망버스의 대한 단상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85크레인 위 그분들은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지도가 크레인 위에 올라간 것도 257일이 지났고, 그녀와 함께 올라간 사수대의 농성도 87일째다.
그중 신동순씨는 36일째 단식중이기도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맘이 아려온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고 있던 시민들은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에 올랐다.
두껍게 가로막혀있던 벽을 사다리로 넘어 난장을 벌이기도 했고, 찝찝하게 쏘아대는 물대포를 맞으며 콜록콜록 눈물 흘렸다. 한진중공업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에서 왁자지껄 여름휴가를 즐겼고, 청계광장에서 지루한 놀이판을 벌였다.
그사이 한진사태의 책임자인 조회장이 도피을 접고, 국민들 앞에 서서 별 해괴한 문장으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었지만 문제 해결 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지는 그 과정을 담은 영화제작에 힘쓰는 중이다.
영화의 가장 큰 목표는 희망버스가 계속 달리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희망비행기를 띄워 강정마을의 아름다움도 지키고, 작은 사업장이라 많이 알려지지 않은 투쟁현장에가서 함께 밤을 지새우며 그들과 난장판을 벌여갔으면하는 바람이다.




영화 기획을 진행하는 중 가장 크게 고민했던 지점은 희망버스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 였다.
영화를 만들자 제안 받았을 때부터 구성안을 짤 때까지, 늘 이야기 중간중간에 희망버스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논쟁 때문에 일의 진행이 더뎠다. 제작의 목적은 모두 동의했지만, 희망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보면 그말이 그말 같이 보이지만 조금 달랐다.

'희망버스는 사회변혁 운동의 한 형태다.'와 '희망버스는 사회변화를 꿈꾸는 시민들의 축제다.' 

전혀 다를바가 없고, 이 두 문장을 합치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지지만 , '운동'과 '축제'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단어들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 때문에 치열해졌다.
송시인(희망버스 최초제안자)의 말처럼 '운동'은 언젠가 소멸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한다. 100번 공감하고, 희망버스도 '운동'의 성격을 띄지 않는게 아니다. 하지만 희망버스를 '운동'의 형태로만 바라봐야하냐는 것이다. 4차 희망버스까지 달리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희망버스는 운동적 성격을 가진 '축제'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난 2차 희망버스를 참여했을 때,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김지도와 한진노동자들의 얼굴을 보며 연대의 희망가를 부르기 위해 모였는데,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길바닥에 주저 않는 모습을 보며, 준비가 부족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부를 원망했었다. 패배감을 안고 3차 희망버스를 참여했을 때 희망버스에 대해 내가 오해했단 걸 깨달았다. 일본에서 연대 투쟁하기 위해 왔던 노동자들과 대화를 하며, 가대위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너희는 고립됐다.'는 피켓을 든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담으며, 희망버스는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뿐 지도부가 없고, 참여한 한명한명이 자기 안에서 다르게 의미화 시키고 있단 걸 번뜩 깨우쳤다. 3차 전까지 나 역시 희망버스를 사회변혁 운동의 한 형태로 판단했던 것이다.

희망버스는 참가한 사람들에겐 '축제' 그 자체였다.

희망버스 준비위는 두 부류가 있다. 희망버스를 달리게 한 본질적인 원인들. 나라 잘 이끌라고 달아준 뱃지를 권력으로 남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는 쓰레기들... 상식이 있다면 쥐구멍에라도 숨어야 할만큼 부끄럽고 더러운 일을 많이 한 사람이 희망버스라는 밥상을 차려줬다. 또 한 부류는 차려놓은 밥상을 배달한 사람들인데, 내가 지도부라 착각했던, 희망버스가 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두 부류 중 누가 준비를 철저히하고 누가 그 판에서 신나게 노느냐에 따라 다소 실망하고, 많이 흥겨워했던 것 같다.

4차 희망버스를 참여하고 온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또 다시 밥상을 차려주던 사람들이 더 철저히 준비해 참가자들이 많이 흥겨워하지 못했다고 투정부리고 있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부산에서 매년 열리는 영화제 프로그래밍이 늘 날 만족시키는 건 아니었듯, 희망버스는 누가 많이 준비하고 놀아나느냐에 따라, 이수근이 불러댔듯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는 것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어야 짜릿한 거 아닌가. 이번 한번은 우리가 제대로 못 놀아난 것일뿐이다. 이걸두고 '운동'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참여했던 시민들은 그저 코웃음만 칠뿐이다.

시민들은 "아 씨바! 이번엔 제대로 못 놀았으니 담엔 더 준비해서 졸라 제대로 놀아야지!" 생각하고 있을뿐  "아 씨바! 이러다가 조만간 희망버스가 달리지 못하겠는 걸~"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희망버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객기어린 어린아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적도 있지만, 오지에서 말하고 싶은 건

"아이 씨바 이게 우리에 객기고, 어린아이 말장난이라면 평생 객기 부리면서 살란다~~"





5차 희망버스가 10월 8일, 다시 부산으로 출발한다. 여기저기서 비판여론이 들끓는다.
내용인즉,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향한다면 국제 망신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도 같은 내용으로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졸라 예리하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를 내팽겨치는데 가만히 보고있으니 말이다. 권력과 자본에서 떨어져 보편적 인간의 권리를 생각해야 할 인권위는  35m 고공크레인에서 257일째 농성중인 김지도의 인권보호에 관한 입장을, 지난 6월말 한진중공업과 인권위가 맺은 협약서에 따라 사측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표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관광도시가 돼버린 부산에서, 30년이 넘게 부산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한 한진중공업이 자신들의 조그마한 이익을 더 챙기겠다고 노동력이 싼 나라로 사업장을 옮기려는데... 1000명이 넘는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그 가족들과 부산시민들이 울부짓으며 한진중공업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데... 부산시는 힘없는 노동자들과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측이 평화롭게 해결하라는 망언을 하는데...
이딴 짓을 하는 나라와 도시가 부끄럽지 않다면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것이다. 그것도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열리는 곳에서 말이다.

5차 희망버스가 10월 8일, 다시 부산으로 출발한다. 졸라 열심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서 놀아보자.
그자리에 오지도 함께 할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하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