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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오지 ~ing

<그 자퇴하는 학생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를 마무리해가며....

 

- 편집에 지쳐 잠든 한동혁 감독 -

 

  영화를 편집하는 내내 배일이형은 나한테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말 그랬다. 나는 내 영화의 감독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내 영화를 이해하고 믿어야 했는데 나는 계속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이 영화 자체가 사회의 고정관념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찍은 영화임에도 나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나의 부끄러운 모습은 숨기기도 했고, 어른들과 부딪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피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다. 물론 영화를 연출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봐 줄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나의 태도는 올바른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고 영화로 소통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무조건 피하고 내가 좋게 보이기를 원했다. 그러면 영화가 가진 본래 의미가 감독에 의해 깎여나가게 된다. 사실 이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처음으로 외부 사람들과 시사 후 많은 좌절에 빠졌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내 영화에 설득력이 없다고, 잔소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어른들 앞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나를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하기에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내 영화를 이렇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이것은 내 영화다. 자퇴를 생각한 것도 나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퇴를 한 것도 나다. 편집이 거의 끝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나의 자퇴와 나의 환경, 나의 꿈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내가 자퇴한 것을 인정받고 싶었고 응원 받고 싶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맞추고 싶었고 어른들이 외면하면 왠지 주눅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서도 들어나듯이 나는 주위의 시선에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수많은 자퇴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와 잔소리를 느낀 나는 세상이 생각보다 힘들고 냉정한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려고 하지 말고 어른들에게 나의 의견을 말해야 한다. 자퇴한지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시작이다

 

글 - 한동혁

 

 

 

 

 

 

  동혁이가 처음 자퇴를 한다고 했을 때,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싶었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 누군가의 지지보다 자퇴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상처 주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감수성이 깊고, 여린 마음을 가진 동혁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오지필름이 동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뭘까란 생각을 했고, 그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을 했다. 동혁이에게 자퇴를 하든 하지 않든 그 과정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동혁이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오지필름과 함께 기획하면서 자퇴하는 과정을 담기 시작했다. 많은 흔들림이 있었지만 동혁이의 선택은 결국 '자퇴'였고, 영화는 자퇴 한 상태의 동혁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때문에 더 크게 흔들리는 동혁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편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해보는 제작이라 어디까지 관여해야할지 감이 안잡혔고, 오지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과 감독의 목적을 어느 정도까지 맞춰야하는지도 헷갈렸다. 처음 동혁이가 가지고 온 1차 가편집은 동혁이 자신이 자퇴를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만을 부여한 상태였다.  자신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느꼈던 갈등과 좌절은 사라지고, '내가 자퇴를 하겠다는데 뭔 상관이야~'는 투의 영화였다. 오지필름이 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지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 시선 때문에 흔들리는 사람에 대해...' 이 영화가 존재해야한다고 봤다. 동혁이와의 깊은 토론을 거쳐 절충안을 찾았고, 2차, 3차, 4차 편집을 거쳐 마무리 되어가는 시기다.

 

여전히 동혁이는 자신을 대변하려는 마음이 크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는 걸 보고, 깊게 상처 받으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좀 더 두고봐줘~'라고 외치고 싶은 맘이 큰가보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감독은 그런 욕구가 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의미를 소통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어떤 선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린 이 영화가 아주아주 넓게 의미화 지어진다면, 자신의 시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공유하고, 그 시선이 나온 배경을 따져보고, 배경이 가지는 원인을 바꿔나가길 바란다. 아주아주 넓게넓게 의미화 해본다면 말이다.

동혁이는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오지는 그 상처가 영화 속에 제대로 드러나길 바랐다. 하지만 감독과 제작자들의 능력미달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부족한 부분을 감안해서 봐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선택을 한번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린 그럴 의무가 있다.

 

 

동혁이 작품을 기획/제작한 것은 오지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오지필름은 부산에 독립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을 남기고 싶다. 독립다큐멘터리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독립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 배급까지 처음한다면 혼자하기엔 버겁다는 걸 안다. 오지는 부산에서 독립다큐멘터리를 미치도록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지원을 하자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처음하는 사람들에게 제작지원은 돈보다,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하고, 다른 길을 제시하는 의견이 소중하다고본다. 부족하지만 오지가 그 역할을 해서 부산에 독립다큐멘터리를 하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작업 할 수 있는 첫걸음을 함께하길 바란다. 구체적인 계획은 차후에 공지하겠다.

 

<그자학>을 하면서 오지는 많은 걸 얻었다. '자퇴'라는 것에 대해 '선택'이란 것에 대해 끊임 없이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되고, 또 그러다보니 독립다큐멘터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더 정진하겠다.

우야둥둥~~~ 한동혁 수고했다. 

 

- 글 일개감독 

 

 

 

<그 자 학> 작품 정보 확인하러 가기!!  http://ozifilm.tistory.com/entry/얍빠리-1